
1987년 3월 미국의 화물선이 뉴욕근교의 아이슬립항에서 쓰레기 약 3000t을 싣고 처리하기 위해 6개월간을 항해했지만 아무 곳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결국 회항한 사건이 님비현상의 시작이다. 님비(NIMBY)현상은 “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이며 “내 뒷마당에는 안 돼”라는 뜻이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공평부담’이라는 대책을 만들게 됐다. 님비현상과 반대인 수익성있는 시설이나 사업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는 현상을 핌피(PIMFY)현상 “Please in my frontyard” “내 집앞에 지어달라”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님비현상 사례는 방사선폐기물처리장 입지선정 반대일 것이다 경북 울진, 충남 안면도, 전북 무안을 거치는 약 20여년동안 엄청난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고 무산되며 진행하지 못하다가 2005년 입지선정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을 명문화하는 방폐장 특별법을 제정해 비로소 경북 경주시로 결정됐다. 핌피현상은 주로 전철역이나 관공서 유치 등이 있지만 널리 알려진 사례는 김해국제공항의 포화상태에 따른 부산과 밀양의 신공항 유치전일 것이다.
최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 확정됐다. 1990년 개장해 30여년동안 울산시민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 제공으로 사랑을 받아오던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노후시설로 안전 문제와 도심에 위치해 교통 혼잡 및 새로운 유통의 등장으로 상대적 경쟁력이 떨어지자 울산시가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전 현대화해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울산시민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전이 확정되면서 울산에서 핌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유치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지역주민과 단체장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북구와 울주군은 싼 지대와 원활한 교통기치로 유치명분을 주장하고, 남구는 현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위치한 지역인 만큼 남구내 사수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런 핌피현상은 님비현상과 달리 부정적인 느낌이 없기에 과열징후만 없으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남구유치위원회에서 지목한 남구 상개동 일원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유치되기를 희망한다. 이유는 많이 있지만, 타지역 후보지보다 지역적 장점이 우수하다. 타후보지 대비 시내중심에서 최단거리이며 유치경쟁지역인 울주군과 접해있으며 해운대, 포항고속도로 입구와 경부고속도로 연결망 및 남부순환도로, 북구와 연결된 7번국도 동구민이 접근이 용이한 울산대교, 부산, 기장 등에서 관광객의 교통수단 선암광역전철역 등 어느곳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접근성과 경제성, 미래성을 모두 갖춘 곳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올해 초 울산에는 두 가지 큰 경사가 있었다. 울산의 취약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산재전문공공병원 건립이 울주군에 유치됐고 북구 또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 등 굵직한 경사가 많았다. 도시발전에는 균형발전이 원칙돼야 하며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형평성 역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뼈아픈 아이슬립항의 사건을 계기로 특정지역에 혐오 내지 기피시설을 세울 땐 그곳 주민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공평부담’이란 대책을 내놨으며 그러다보니 오히려 혐오시설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경북 경주의 방폐장 사례처럼 이런 사회의 형평성 흐름에 따라 이번 농수산물도매시장 사례를 빗대어 본다면 남구에는 혐오시설과 기피시설이 너무 많이 자리하고 있다. 화학공장, 쓰레기소각장, 변전소 등 기피시설이 뭔지도 모를 시기에 하나둘 자리잡아 이제는 단지를 이루고 있다. 모두가 혐오시설이자 기피시설이다. 그 결과 공단과 인접한 야음동, 여천동, 선암동, 상개동은 울산발전의 숨은 공로 지역이지만 늘 울산의 변방에 서있었다. ‘공평부담’이라는 형평성에 의해 이제는 울산과 울산시민이 화답할 때인 것 같다. 울주군과 북구에서 추천한 후보지가 우수한 지역이라면 당연히 선정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엇비슷한 조건이라면 균형발전과 형평성 그리고 공평부담에 무게를 실어 심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동진 남구 B-1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