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 패시브하우스 인증 병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심을 가르는 마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 외곽에 ‘프랑크푸르트 회히스트 병원’(Klinikum Frankfurt Hochst)이 있다. 회히스트 병원은 지상 6층, 연면적 7만9000㎡로 700여개의 병상과 40여개의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회히스트 병원은 건물 기밀성과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환기 시스템 열효율 등을 극대화하는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여러 가지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독일 전역에서 병원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할 방안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병원은 주거와 사무, 의료 등 여러 가지 기능이 모인 건축물로 각종 의료 장비를 가동하고 다양한 연령의 환자들이 머물기 때문에 난방 에너지와 전기 소비량이 매우 높은 건축물 중 하나다. 이에 프랑크푸르트시 주도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운영비를 절감하고, 각종 에너지 가격으로부터 운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패시브하우스 병원 건립이 추진됐다. 프랑크푸르트시 등이 합심해 2억6000만유로를 들여 신관 건물을 세웠고, 지난 2023년 2월 개원했다.
새롭게 지어진 회이스트 병원은 네개의 직사각형의 건물이 기다란 복도를 통해 세로로 이어진 형태다. 병원에는 성능이 높은 외부 단열재와 기밀성이 높은 1000여개의 3중 창호, 열 회수 환기 시스템 등 다양한 패시브하우스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병실과 수술실, 진료실 등 각각의 위생 조건에 따른 환기율을 맞추고 열 회수 환기 시스템의 필터를 조정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난방은 병원 곳곳에 설치된 온수 라디에이터를 통해, 냉방은 천정의 수랭식 냉방 시스템과 일몰 이후 자연 환기 등으로 조절한다.
병원은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적용하면서 자연 채광과 환기를 최적화해 기존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40% 이상 줄이면서 의료진 2300여명과 환자들이 머무는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회히스트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의료 장비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어려웠지만, IT 분야에서 전력 소비가 적은 장비를 선택하는 형태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며 “회히스트 병원은 세계 첫 패시브하우스 인증 병원으로 축적된 다양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원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외관의 친환경 쇼핑몰 ‘마이 자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중심 쇼핑 거리인 자일(Zeil) 거리에 위치한 쇼핑몰 ‘마이 자일’(My Zeil)은 그 독특한 유리 외벽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이 자일은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가 설계한 것으로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마이 자일은 외벽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독특한 나선형 유리 터널이 눈길을 끈다. 수천개의 삼각형·사각형 유리와 철골로 만들어진 소용돌이 형태의 외벽과 지붕은 다양한 각도에서 햇빛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풍부한 자연 채광이 비출 수 있게 했다. 유리 터널은 건물 내부 중앙 깊숙이 이어지는데, 실내 공간과 잘 어우러져 외벽과 지붕을 통해 주변 건물과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쇼핑몰 내부는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밝고 환한 분위기와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보통 전기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등으로 생산할 경우 탄소 배출량이 높다. 쇼핑몰은 각종 상점과 음식점 등에서 전기 사용량이 높은데 마이 자일은 전기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전력만을 제공받아 이용하고 있다. 또 지붕 일부에는 녹지를 만들어 겨울에는 단열 효과를 내고, 여름에는 과도한 태양열로부터 건물을 보호할 수 있게 했다.
지붕의 녹지는 대기 중의 탄소와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도심의 작은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해 생물 다양성 확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또 마이 자일에서는 지붕에서 건물 내부로 이어진 깔때기 모양의 유리 패널을 통해 빗물을 모아 화장실 등에서 이용한다. 이를 통해 도심 배수 시스템의 부담도 크게 줄인다.
독일에서 건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건물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마이 자일은 이러한 건물의 환경친화적 요소에다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첨단 건축 공법까지 더해져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 자일 쇼핑몰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쇼핑몰을 단순한 쇼핑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에 도시 개발 과정에서 쇼핑몰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의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량 감축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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