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국내 증시는 온종일 등락을 반복하는 등 요동쳤다. 재계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4일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10p(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다. 간밤의 여파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까지도 국내 증시 휴장을 검토했지만, 계엄 해제에 정상 개장을 결정했다. 빠른 진화 덕분에 국내 증시 여파는 당초 예상보다 적었지만, 이날 개장 직후부터 코스피와 코스닥은 등락을 반복하는 등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49.34p(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2500선을 내줬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이어지며 한때 2% 넘게 하락한 2440대까지 밀렸다. 다만 낙폭을 줄이며 2460대서 횡보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65p(1.98%) 내린 677.15로 집계됐다.
비상계엄 후폭풍에 환율은 2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11월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부터 가파르게 치솟아 자정을 넘어 1442.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간밤 가상자산 원화 시장도 요동쳤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대장주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지난 3일 오후 늦게 30% 이상 폭락해 8000만원대로 밀려나기도 했다.
한밤중 비상계엄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재계는 날이 밝자마자 그룹별로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경제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이후 영향을 점검하고, 계열사별 대응 전략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LG도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시장 대응 등을 논의했다. SK그룹도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5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채권안정펀드 가동으로 수습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날 오전 계엄 선포·해제 관련 임시 회의를 열고 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의결했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한은은 단기 유동성 공급 조치를 수 주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