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에 금융권도 실시간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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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에 금융권도 실시간 대응 나서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4.12.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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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권도 외화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 등의 점검을 강화하는 등 실시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 고심하는 문제는 원화 약세(원화가치 하락)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기업의 매입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 할인해 받는 여신)이 늘어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율 상승으로 철강·반도체·석유화학·운송 등 업종과 기업에 자금 조달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에 대출해 준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지주사의 지휘 아래 이미 비상 점검·관리 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5대 금융지주 관계자는 “3일 이후 비상 체계를 운영하며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의 영향을 점검하고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 자산 위험 관리도 강화하고 고객·주주·직원 등과의 소통을 늘려 불안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과 자본 비율 관리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관리 그룹장 주관으로 ‘위기 대응협의회’를 지속 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주식·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지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본점 주요 부서장이 참석, 부문별 위험 취약 부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자기자본비율 영향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 보험사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보험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시장성 있는 채권 매도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까지 짜고 있다. 또 다른 보험사도 시나리오에 따른 단계별 대책을 준비하고 금융지표와 유동성 잔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만약 대외 신인도까지 훼손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도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사는 결국 자기 돈으로 상환을 서둘러야 하고, 자금 조달이 여의찮으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

다만 지금까지는 각종 지표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화 예수금 이탈 등 이상 징후는 아직 없고, 은행이 발행한 사채의 스프레드(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는 계엄 사태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혜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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