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국내 기업들은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이어 열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다음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고, 국내외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와 유럽, 인도 등 해외 권역 본부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참여해 국내 상황과 환율, 해외 정책 등이 그룹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복합 위기 상황에 부닥친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사업 목표를 공유할 전망이다.
지난 5일 연말 인사를 마무리한 SK그룹도 연초부터 추진해 온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과 운영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에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주력 업종인 화학, 유통 등의 부진 타개와 지속 성장 방안을 숙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포스코 등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조선을 주력으로 하는 HD현대를 비롯해 철강·석유화학 분야 기업들은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중장기 여파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신중하게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냉각될 수 있고, 자산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 들며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킨 만큼, 기업들은 기존 자금 조달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이라 회사채 발행 등 올해 필요한 자금 조달을 대부분 마무리 지었고, 정부의 유동성 공급 조치도 있어 당분간 기업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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