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권한대행은 이날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서로의 지나친 경쟁을 좀 자제하고 차분하게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어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지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헌재가 언제 23건의 탄핵소추안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인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서 헌재의 부담도 좀 덜어달라.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까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권 권한대행은 3차례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거론,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상생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표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적정하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그야말로 일정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이다. 현재는 좀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버린 상황이다. 정치가 복원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최근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와 관련, “권 권한대행이 약간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 필요한 부분까지는 저희는 다 양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내교섭단체로서는 좀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 당 토론이나 논의는 사실 잘 안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통로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또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에 맞춰서, 너무 형식적인 균형·건전재정 얘기에 매몰돼서 사실은 정부의 경제 부문에 대한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는 생각이다. 조속하게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헌정 질서의 신속한 복귀”라고 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와 관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3인씩 선출해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에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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