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정치기상도는 한마디로 ‘첩첩산중’ ‘안개 자욱한 고속도로’와도 같은 형국이 될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프로세스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 중대 범죄인 내란수괴 혐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탄핵을 심의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최종 판단 여부도 변수다. 여야의 공격·방어전과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본격 드라이브를 걸게 될 윤 대통령의 ‘탄핵 열차’가 순조롭게 질주할 것인지, 궤도를 이탈해 ‘탄핵 기각’ 또는 ‘무기한 지연’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울산 여야 정치권과 행정계 지형도 헌재의 탄핵 인용과 기각 여부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탄핵이 인용돼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잃게 될 경우 국민의힘 등 범여권은 야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 범야권은 조기 대선 가도에서 정권 탈환에 사활을 걸면서 여권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내년 6월 예고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과 기초단체장 선거를 노리는 여야의 기선잡기가 더욱 치열해지는 올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들 개별 판단이 최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최종 개별 판단이다.
헌재 재판관의 법적 요건은 9인으로 9명 중 6명이 인용해야 탄핵이 이뤄진다. 1일 현재 8인 재판관의 현실에선 6명이 탄핵 찬성을 해야 한다.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과 기각, 조기 대선 여부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8명의 재판관 중 문형배·이미선 두 헌법재판관이 오는 4월18일 임기 만료로 퇴임을 앞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국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특히 8인 재판관 체제에서 심리가 진행될 경우 3명만 탄핵 기각 판결을 해도 윤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이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후폭풍이 예견된다.
이렇게 가팔라진 헌법재판소 상황 때문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은 헌법재판관 증원 여부를 놓고 사활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등 거대 야권이 지난해 국회에서 추천한 3인 재판관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재판관 임명 거부 이유를 들어 전격 탄핵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정계선(민주당 추천)·조한창(국민의힘 추천) 후보자 2명을 우선 임명했다. 다만 마은혁(민주당 추천) 후보자는 여야가 합의하는 대로 추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당 추천 1명과 야당 추천 2명 중 1명을 임명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 등 거대 야권은 내심 3명 임명을 기대했으나 야당 몫 가운데 1명 임명을 보류하자 최 대행의 결정이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수 국무위원은 사전에 헌법재판관 임명 계획을 공유받지 못했고, 최 권한대행이 모두발언에서 임명 방침을 발표하자 일부 국무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전 조기 대선 vs 7월 이후 대선
현행법대로라면 윤 대통령의 임기는 스스로 하야를 선택하지 않는 한 오는 2027년 5월9일까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엔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거대 야권은 단 하루라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앞당겨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 가능한 2심판결이 나오기 전인 ‘벚꽃 대선’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민주당의 조기 대선 계산법은 상황에 따라선 늦어도 5월 ‘장미 대선’은 치러야 한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이와 반대로 국민의힘은 탄핵을 최대한 지연시켜 빨라도 올 하반기 ‘한여름 대선’ 또는 ‘가을 대선’을 치르거나 내년까지 미루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속도도 관전포인트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변수는
올 7월 이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야 대선 예비 주자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에 대해선 정치권은 대체로 공감하는 기류다. 이러한 추세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8%로 압도적 우위로 1위에 올랐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8.0%, 홍준표 대구시장이 7.0%다. 그 뒤를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가 각각 5.7%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4.8%,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4.0%,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8%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상황에 따라 조기 대선이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엔 여야 대선주자들의 판세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 지점에서 최대 변수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2심 재판에 이어 대법원 확정판결이 될 전망이다. 유·무죄에 따라 범야권 대선주자의 판세는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인 국민의힘 대선주자 판세도 이 대표의 유·무죄 판결과 직접 연동되면서 예측불허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