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이 아프다. 24시간 집밖에 나오지 않는 지역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취업을 포기하고, 스스로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진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암울하고, 불투명해진 탓이다. 울산시를 비롯해 5개 구·군은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유출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책과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유입·유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문제다. 정작 울산에 살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아파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들은 고립과 은둔 생활을 택하며 스스로 사회와 단절되고 있다. 더 나은 울산에는 건강한 청년들이 있어야 한다. 이에 본보는 울산지역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실태와 관리 상황, 사례 등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희망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1만명에 육박한 울산 고립·은둔청년
고립·은둔청년은 타인과의 유의미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의 사회적 관계 자본이 결핍된 고립 청년과, 집과 같은 제한된 물리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은둔 청년을 포괄한다. 고립·은둔청년은 전반적인 삶의 만족 수준이 낮다. 교육, 경제 활동, 소득 수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취약성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로부터 고립해 은둔 생활을 지속하는 청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고립·은둔청년을 비롯해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니트(NEET) 족 등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지칭하는 용어가 많고, 고립·은둔청년의 특성상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청년 삶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은 전국에 약 54만명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청년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서 울산 내 청년 인구(19~34세)를 20만명 정도로 추정할 때, 이 중 5%인 1만명 정도가 고립·은둔청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울산시 청년기본조례’에 의해 울산에서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청년이 19세부터 39세까지인 점을 반영하면 실제로는 지역 내 고립·은둔청년이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늘어날 경우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경제적 손실 등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청년의 고립·은둔이 장기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년 친화적 지원을 통해 이들을 사회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은 실태 조사와 법적 근거 등 안정적인 제도 기반을 바탕으로 이들의 회복과 사회 통합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대인 관계 어려움 호소
고립·은둔청년이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고립·은둔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대인 관계, 집단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직장 내 부적응, 괴롭힘, 성폭력, 취업의 어려움 등이나 장애로 인해 울산 청년들은 집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군대나 특정 상황에서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과 같은 문제도 있다. 특히 친구 또는 의미 있는 관계에서의 실패, 연인과의 이별, 학창시절 당한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은 이들을 방구석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점차 이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스스로 고립·은둔에서 벗어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찾고자 울산청년미래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울산을 비롯해 인천, 충북, 전북 등 4개 시·도에서 고립·은둔청년만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울산청년미래센터 사업 안내 이후 자발적인 사업 거부 등 탈락 사례를 제외하고, 사례 관리 회의를 통한 판정을 통해 울산 청년 28명의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개별·집단 활동을 통한 자기 탐색과 관계 형성 기술 증진,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 소규모 동아리 활동을 통한 사회적 고립감 해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 중이다. 또 고립 정도에 따라 자조 모임 및 심리 상담, 간단한 일 경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히 센터는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지원도 좋지만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립심과 대인 관계 등을 키워주고자 한다. 실제로 고립·은둔 청년 대부분은 봉사 활동, 단체 모임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국진 울산청년미래센터 고립·은둔 청년 팀장은 “상담을 해보면 특히 단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며 “최대한 이들이 원하는 활동 등을 경험하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