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 농아인 이상천씨와 일일 동행, 듣기·말하기 장애로 일상업무 2배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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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산 농아인 이상천씨와 일일 동행, 듣기·말하기 장애로 일상업무 2배 걸려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5.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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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농아인 이상천(72·중구)씨가 울산 중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수급자 증명서를 제출하는데 동행한 박현민 청각장애인 통역사, 서경숙 근로지원인 통역사가 이상천씨에게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울산 장애인 중 농아인은 지체 장애인 다음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수가 더 적은 시각 장애인에 비하면 농아인들을 위한 지원은 열악합니다.”

지난 9일 박현민 청각장애인 통역사, 서경숙 근로지원인 통역사와 농아인 이상천(72·중구)씨의 하루를 함께 했다.

이날 이씨는 중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기초수급자 증명서를 제출하고 문화누리 카드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했다. 이후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고 온 문자를 확인하고 학성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으며, 울산세민병원에 들러 대상포진 주사도 맞았다.

이씨가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하다 보니 서류 접수부터 의사소통까지 모든 업무는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글을 몰라 주사를 맞기 전 작성하는 검진표도 수어통역사가 이씨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며 작성해야 했다.

수어통역사가 직원과 이씨에게 계속 말을 전달해야 해 비농아인이 업무를 보는 것보다 시간이 2배 이상 소요됐다. 수어 단어가 전체 말의 40~50% 밖에 안 돼 말을 전달하는데 한계도 많다. 이에 수어통역사들은 사진 등을 활용해 설명하기도 한다.

서경숙 근로지원인 통역사는 “농아인의 겉모습이 멀쩡해 보이니까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관공서에 농아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울산시농아인협회에 따르면 울산에는 농아인 회원이 8500여 명 있다. 이 중 말을 할 수 있는 농아인의 비율은 현저히 적으며 글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어통역사는 50명도 채 안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등 수어통역사가 근무를 하지 않는 날에는 급한 업무가 발생해도 처리하지 못한다.

특히 울산시농아인협회 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에 있는 유일한 남자 수어통역사가 조만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비뇨기과 등을 찾아야 하는 남성 농아인들의 불편이 커진다. 수어통역사 수가 적다보니 육아휴직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 농아인들이 수어통역센터 외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중구, 북구, 동구에는 수어통역센터가 없어 농아인들이 편하게 모여서 쉴 수 있는 쉼터가 개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영호 울산시농아인협회 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 협회장은 “농아인은 지제 장애인 다음으로 수가 많은데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눈이 멀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멀면 사람과 멀어진다”며 “본부 가까이에 농아인들을 위한 쉼터가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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