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보통합 추진에 따라 지역 어린이집 민원이 기존 지자체가 아닌 교육당국으로 향하면서 지역 내 행정 혼란이 벌써 시작된 분위기다.
1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중구는 태화동 신기공원에 주차타워를 건립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중구는 태화강 국가정원 공영주차장 확충을 위해 지역 내 여러 곳을 검토하다가 최근 신기공원으로 위치를 정했다.
이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신기공원이 사라지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인근 어린이집에서도 신기공원 주차타워 건립을 반발하고 나섰는데, 민원의 화살은 관할 지자체인 중구를 넘어 울산시교육청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이는 유보통합(유치원-보육서비스 통합) 추진에 따라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권한이 기존 지자체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당 어린이집은 “우리 어린이집은 자체 놀이터가 없다. 아이들은 매일 신기공원에서 바깥놀이를 하고 있다”며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도 시교육청 관리 아래 놓이게 된다. 시교육청이 아이들의 놀 권리, 자랄 권리, 숨 쉴 권리를 더 책임 있게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시교육청은 정부 방침에 따라 울산형 유보통합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린이집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권한이 없어 민원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계의 오랜 숙제인 유보통합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 중 하나로, 지난해 6월 영유아 보육사무가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일원화되면서 부처간 통합은 이뤘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당초 2026년 통합기관을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이해관계 기관 등의 반발에 부닥쳐 기준안 발표가 보류됐다.
제21대 대선후보들은 일단 유보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는 정부 책임형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기호 2번 김문수 후보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으로 양질의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유보통합 추진 의지를 밝히고는 있지만, 세부 계획은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되더라도 실행 동력과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보통합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편 중구는 신기공원 주차타워 건립과 관련된 주민설명회를 대선 이후 계획하고 있다. 중구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차타워 건립 계획과 타당성 설명, 주민 의견 수렴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