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3일 밤, 전임 대통령 윤석열이 대한민국 전역에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국민은 추위와 역경속에서도 백성이 주인되는 민주 공화국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다가오는 2025년 6월3일 위기의 한국사회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진정으로 국민이 맹목적 진영논리가 아니라 합리적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문화가 시작돼야 한다.
한국 대통령의 전적은 비참하다. 망명, 암살, 자살이 각 1명, 투옥 4명, 탄핵 2명이다. 세계속에서 작지만 경제강국이며, 노벨문학상 수상과 K-컬처로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한국으로서는 느닷없는 계엄선포와 대통령 탄핵 결말은 처참할 따름이다.
한국이 세계 스포츠와 예술, 과학 등에서 출중한 지도자와 선수를 배출하면서도 정치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토론과 판단 풍토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투표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갑작스레 치르는 선거인지라 언론에서 중계방송하는 듯한 정보만 흘러나오지, 관련 전문가와 교수 그룹의 진중한 분석이나 심도있는 토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3년전 대통령 선거때 나왔던 심도 있는 분석자료에 주목하게 됐고 이 분석은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다.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동아시아 연구소) 집필진은 한국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 주목했고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세 가지 조건을 찾았다.
첫째,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의 문제이다. 제왕적 대통령에게 국가권력이 집중돼 있고 대통령실 참모그룹이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서들이 장관들보다 실권을 장악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의회와 정당이 대통령실에 종속되고 정권이 문제가 되면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떠안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욕이 지나쳐 독선적이거나 오만하면 그 정도는 심각해진다.
둘째, 심화되는 국내 정치 분열과 진영 대결 구조이다. 한국 정치는 정치적, 이념적 양극단으로 나뉘어 대결하고 있고, 중간층·중도층은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다. 여야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양보와 협치에 치중해야 하는데 외골수로 극성지지자들의 포로가 돼있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하에서 여러 실책이 나타나면 빠르게 실망하고 대통령의 권위는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이 다뤄야 하는 업무의 복합성과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시대이다. 정보혁명, 복잡한 산업 발전, 저출산 고령화와 기후변화의 충격 등 어려운 사회환경과 미·중 전략 경쟁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 질서 재편 흐름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정부의 역량이 따라가려면, 대통령의 고도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국의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위 실패조건을 역으로 뒤집으라고 권고한다.
첫째, 권력을 나눠야 성공한다. 차기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실에 집중된 권력을 내각과 여당, 국회에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 둘째,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성공한다. 여야 협치로 화합과 공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국민과 일회성 소통보다도 지속적인 경청과 소통을 일상화하고 자신의 전문성과 실행능력을 보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간된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인가>(신원철)는 한국사회에서 존경 속에 퇴임하는 대통령을 바라면서 자질과 역량 중심으로 후보를 선택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대통령 평가 기준을 객관화하고, 유권자가 스스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 기준을 활용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세 가지 평가기준은 첫째, 시대정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가? 둘째, 시대정신에 기반해 국정운영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실천하는가? 셋째,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