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 ‘함월 치유의 숲’이 이름과 달리 시민들의 불편과 실망을 자아내고 있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즐겨 찾는 편의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찾은 함월 치유의 숲 내 귀법사 맨발등산로. 한적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체육시설과 함께,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계단 형식으로 조성된 야외쉼터가 눈에 띈다.
테이블, 벤치, 평상 등이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일부 벤치를 제외하고는 성한 시설이 없을 만큼 파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나무 재질의 테이블 표면은 여기저기 깊게 패여 있거나 갈라져 있었고, 평상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거나 일부 판자가 아예 내려앉아 있는 등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벤치도 실제로는 무게를 실으면 휘청거릴 정도로 불안정해 어린이나 노약자가 잠시 쉬려다 다칠 위험이 있어보였다.
함월둘레길을 포함한 치유의 숲은 도심 속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평소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인근 학교 학생들이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 명소다.
하지만 시설 관리 미흡으로 이날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복지사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숲 체험 등 야외활동을 위해 방문했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복지사는 “2년 전 왔을 때만 해도 상태가 괜찮았다. 오랜만에 다시 왔는데 시설 상태가 너무 심각해 실망스럽다”며 “부상 등 안전 문제가 우려돼 다음부터는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시민 A씨는 “시민들의 혈세로 만든 시설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고 사용도 할 수 없어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빨리 시설을 교체·수리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인 안전 점검 및 유지·보수를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구는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다. 민원을 접수한 뒤 현장 점검을 마쳤으며, 이번 주 중으로 전문 업체에 수리를 의뢰할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업체 선정 등을 거쳐 수리 기간은 2~3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조치를 취하겠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