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담임교사에게 자녀의 경계선 지능검사나 ADHD 검사를 권유받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다. 교사가 그런 말을 꺼내게 된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아이가 걱정돼 여러 상황을 오랜 시간 지켜본 끝에, 부모와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교사의 진심은 왜 오해받는 걸까?
첫째, 부모라면 당연히 아이의 강점에 집중하고 싶고, 약점은 외면하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작용한다.
둘째,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작용하면, 외부의 조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결국, 상한 기분에만 집중하고 교사의 말은 무시하게 된다.
셋째, 일부 부모는 교사가 아이의 학습이나 생활 전반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긴다. 교사의 역할을 단순히 ‘보육’으로 한정하고, 자녀의 학습이나 생활 전반에 대한 의견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교사의 말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여 무시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기만 하면, 아이의 학습과 생활에 생긴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심화될 수 있다.
부모의 외면은 결국 교사의 사기 저하로도 이어진다. 부모가 교사의 말을 숙고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받게 되면, 교사도 아이의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기 어려워진다. 가정과 협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교사의 말을 내용 그 자체에 집중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꺼낼 교사는 어디에도 없다. 많은 고민과 문제해결 시도 끝에, 혼자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돼 부모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교사는 충분히 알고 있다. 어찌 보면 학부모와의 갈등을 배제하기 위해선,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 보여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교사 입장에선 나은 선택인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이라고 판단했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것이다.
교사의 말에 부정적인 마음을 덧씌우지 말고, 교사가 이야기하는 학생의 행동과 정서에 집중해 보자. 집에서 보는 아이와 학교에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검사를 받아보았을 때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왜 학교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났는지를 교사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아이를 위하는 길은 단순하다. 감정보다는 사실에, 자존심보다는 협력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