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종전보다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사이에 4차례나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하며 통화완화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의 복합적 악재로 인한 성장 절벽 상황에 대한 ‘비상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그동안 다소 낙관적인 기조를 유지해온 한은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의 ‘0%대 성장’ 전망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률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 침체가 팬데믹 당시 수준만큼이나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 전망치도 종전 1.8%에서 1.6%로 내렸다. 이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앞으로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크게 덜게 됐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하락할 경우, 가계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2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추정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약 63만1000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이 실물 경기로 흘러가기보다는 코로나19 당시처럼 주택 등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구조적 저성장’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은 문을 닫고, 청년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고질적인 내수 부진과 미·중 무역 갈등,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하려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6월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공격적인 재정정책 기조, 전면적 구조 개편, 그리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같은 실질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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