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도시 울산이 깊은 소비 빙하기에 빠져들고 있다. 제조업 경기의 부진과 내수 침체가 심화되며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이 여파로 자영업 폐업이 줄을 이으면서 골목상권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소비 진작 대책 없이는 울산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울산 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9% 하락한 81.8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5월(76.8) 이후 최저 수준인 지난 2월(77.9)에 이은 또 한 번의 소비 쇼크다. 울산 지역 소비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부 항목별로는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줄었고, 대형마트 역시 4.0% 감소했다. 의복, 가전제품, 화장품, 식료품 등 필수재부터 선택소비재까지 전방위적 소비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울산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7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벌써 8개월째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지역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골목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울산 지역 내 커피전문점, 편의점, 호프집, 의류점, 화장품 매장 등 이른바 ‘생계형 업종’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울산의 자영업 폐업률은 2023년 기준 56.6%로 전국 최고 수준이며, 올해는 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내수 수요를 지탱하는 수출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걱정을 키운다. 울산의 수출은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았고, 지역 경제의 주축인 자동차 산업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부과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멈춰선 소비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꺼져가는 성장 엔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 대책과 함께, 울산시와 지역 사회도 주력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침체된 내수 생태계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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