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하위권, 울산 교육의 구조적 위기를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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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능 하위권, 울산 교육의 구조적 위기를 직시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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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고등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또다시 특·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고3 학생들은 국어(93.5점)와 수학(94.2점) 표준점수 평균에서 모두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1등급 비율도 국어 1.8%, 수학 1.0%, 영어 3.2%로,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국어·수학·영어에서 최저등급인 9등급 비율이 높은 점은 학력 저하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문제는 이번 결과가 단발성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울산은 국어 94.0점, 수학 94.7점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평균 성적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한 점은 울산 교육의 구조적 위기를 시사한다. 그간 추진해온 학력 지원 정책이 실질적 성취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울산은 중상위권 학생 비율이 낮고, 고교 간 학력 격차가 크며, 사교육 접근성 역시 대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특히 수능에서 졸업생이 현역을 앞서는 구조 속에서 울산 고3 학생들의 성적 저하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입 경쟁에서의 불리함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서울대 합격자 수만 보더라도, 2024학년도 울산 출신은 42명으로 제주(41명)와 비슷했고, 2023학년도에는 단 35명에 그쳐 전국 최저였다. 전국 고교생의 약 2.4%를 차지하는 울산의 학생 수를 고려할 때, 이 수치는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경고 신호다. 광역시 승격 28주년을 맞은 울산 공교육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천창수 교육감은 올해를 ‘미래 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기초학력부터 진로·진학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복지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학생 전반의 학업역량 저하라는 냉엄한 현실도 외면해선 안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말은 교육의 본질을 일깨우는 표현이지만, 학생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인 입시에서 좌절을 겪는다면 교육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울산교육청은 보다 능동적이고 실질적인 학력신장 대책에 나서야 한다. 학력 격차 해소와 교육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지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실행 전략이 절실하다. 교육은 과정만큼이나 결과도 중요하다. 성적 지표가 말해주는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그 안에서 다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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