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전통 제조업의 메카로서, 국가 GDP의 약 4%를 책임지는 핵심 경제 도시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울산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기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친환경 선박 수요의 급증, 탈탄소화 흐름에 따른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 등은 울산의 주력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팬데믹 이후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강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울산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제 울산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혁신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울산의 산업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제조업이 지역 총부가가치의 64%를 차지해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하지만 고위기술 제조업의 비중은 3.78%에 불과하다. 이는 반도체, 바이오,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울산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중위기술 산업의 출하 비중이 94%를 넘는 현실은, 울산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산업 포트폴리오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행히 울산은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전환의 핵심 동력은 바로 ‘기술혁신’이며,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 있다. AI는 제조업의 생산성 극대화는 물론, 공정 혁신, 품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공급망 최적화 등 전방위적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체인저이다. 세계 각국이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로 산업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지금, 울산 역시 AI를 중심에 둔 산업 전략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제 울산은 ‘기술혁신 중심의 AI 산업 전략’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기업이 R&D와 AI 기술 도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감면 및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UNIST 등 지역 연구기관과의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 기반 연구성과의 사업화와 기술이전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AI 기반 기술창업과 인재 양성 생태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다. AI는 울산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자, 미래 제조업 혁신의 핵심 열쇠이다.
울산테크노파크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이차전지와 수소산업의 최적화된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제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역특화 제조AI센터’ 유치를 통해 지역 제조업의 스마트제조혁신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후된 미포산단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전환(AX)’ 실증 기반 조성, 기업 AX 도입 지원, AX 얼라이언스 구축 등을 포함한 스마트 그린산단 구축사업 공모에도 울산시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 울산테크노파크는 울산시와 함께 암모니아 벙커링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이끌어내며, 친환경 선박과 에너지 산업 혁신을 선도할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울산시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어, 앞으로 특구로 지정될 경우 전력의 직접 거래 허용과 다양한 규제 특례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등 고에너지 수요 산업의 유치와 관련 산업 육성이 기대된다.
울산은 여전히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가진 도시이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혁신’으로, 그리고 ‘제조의 도시’에서 ‘AI 기반 지속가능 혁신 생태계’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기술, 자본, 인재, 데이터, 그리고 AI를 통한 연결과 융합이 어우러질 때, 울산의 두 번째 도약은 현실이 될 것이다. 공공의 투자, 정책의 방향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혁신 의지가 결집될 때, 울산은 미래 대한민국 제조업 혁신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다.
조영신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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