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동정책 대전환기, 계산기 두드리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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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노동정책 대전환기, 계산기 두드리는 울산
  • 이다예 기자
  • 승인 202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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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노동시장 개혁 방안의 여파가 산업도시 울산에 불어닥치고 있다. 주 4.5일제부터 포괄임금제 개선, 법정 정년 단계적 확대까지 최근 노사 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역 주요 대기업의 2025년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보면 기류가 바뀌었음을 단번에 감지할 수 있다.

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은 물론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고, 기존 35년까지던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말한다. ‘더 받기만 하는 싸움’에서 ‘덜 일하고도 지킬 수 있는 조건’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도입이 올해 교섭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정부는 포괄임금제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 근로 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보상 없는 노동’의 상징이 되며 개선 대상 0순위가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울산처럼 생산직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우선 노동시간 단축이 곧 인력 재편 또는 인건비 폭등이라는 숫자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일선 관리현장에서는 “사람을 줄이면서도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받던 상황에서 시간도 줄여야 한다면 설계 공정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시장이 하루아침에 다시 설계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도, 포괄임금제 개편도 정답이 없다. 하지만 개혁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고, 노조와 회사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노동계는 “본격 시작”이라고 하고, 회사는 “벌써 부담”이라고 한다.

노동정책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이 합의는 어렵고 느리다. 올해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상생’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조건을 새롭게 내놓아야 할 때다. 이런 변화가 대기업 중심으로만 이뤄져서도 안 될 일이다. 늘 결과를 통보받으며 책임만 내려받던 하청업체와 협력사도 함께 가야 한다.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tie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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