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력난, 농업도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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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인력난, 농업도 산업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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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부엌을 보면 그 집의 살림이 짐작되듯이,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농촌을 먼저 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이 건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정책적 지원을 쏟아붓는다. 이는 농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 쌀값 급등으로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쌀이 남아돌자, 일본 정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고, 가공용 수요를 확대하며, 휴경지에 따른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수급 안정을 위한 적극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식량의 안정적 수급은 그 자체로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이 세상에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필자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첨단 산업사회인 오늘날에도 농업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산업이다. 값싼 수입 농산물에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그 가치를 무심코 지나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면, 식량 수입의 중단은 곧 국가적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50%에도 못 미치며, 그중 곡물 자급률은 고작 2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울산광역시는 1997년 7월15일 도농이 공존하는 도농복합광역시로 출범했지만, 정작 농촌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물론 기계화와 농업기술의 발전은 일정 부분 노동력을 대체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민의 정성 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농업은 ‘힘든 일’이라는 인식과 일손이 필요한 시기가 집중되는 계절성 일자리의 특성 탓에, 안정적인 일자리로 인식되지 않아 일손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 확대, 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 지원 등 일손 수요가 몰리는 농번기 인력 수급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특히 농번기를 맞아 적기 영농 시기에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일부 지역 농협 등을 통해 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에 7000만~9000만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1명의 인건비와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농촌의 인력수급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 희망 인력을 발굴하고 인력풀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나아가 농촌에서 필요한 일손의 유형이나 시점이 제각각인 만큼, 일감 종류, 참여 가능 날짜, 작업 특성 등 세부 조건이 담긴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이른바 ‘농촌인력은행’을 운영한다면, 농가의 요청에 맞는 적합한 인력을 훨씬 수월하게 알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중장년일자리센터에서는 구직자와 구인기업을 발굴하고 상담하여 매칭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협업한다면, 이 같은 인프라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도 유사한 취업 알선기관이 마련되어 있어, 전국 단위의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해가 갈수록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한파, 태풍 등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이렇듯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미래 농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한층 더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에 먹거리는 빠지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복지보다도 오히려 식량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데 더 어울릴지 모른다. 결국, 먹거리는 복지보다 앞서야 할 생존의 문제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농업산업’에 있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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