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강제, 상생 아닌 역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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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강제, 상생 아닌 역행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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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재논의되면서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지자체 재량이던 휴업일 지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그 시점을 공휴일로 못박았다. 전국 모든 대형마트가 한달에 두번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 명분은 전통시장 보호지만, 실효성도 형평성도 편의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올해로 13년째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그 덕에 회생했다는 근거는 여전히 희박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농촌진흥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쉬는 날 수도권 1500가구의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오히려 일반 일요일보다 낮았다. 시장과 마트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다. 마트가 닫으면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간다. 혜택은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고, 정작 소상공인은 발길 끊긴 거리에서 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대형 유통업체의 실적도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울산의 대형마트 판매는 전년 대비 4% 하락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35% 가까이 줄었다. 개정안이 알려지자 유통업계 주가는 급락했다. 기업의 위축은 곧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에게도 연쇄 충격으로 이어진다.

피해는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휴일은 많은 시민들에게 장을 보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다. 그날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소상공인도 중요하지만 국민 생활 편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쿠팡이나 배민만 키우는 특혜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급기야 법안을 낸 오세희 의원 측도 “당론이 아니며 대통령실과 조율된 바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규제는 시장의 공정성과 사회적 균형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유통 생태계를 왜곡하고, 소비자와 노동자, 자영업자 모두를 소외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대는 변했고, 소비 행태도 바뀌었다. 강제 휴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손에 쥔 칼을 다시 내려놓는 게 순리다. 지금 필요한 건 과잉 규제가 아니라, 유통 전반의 구조적 상생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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