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기본소득’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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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기본소득’이 다시 돌아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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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

한동안 잠잠했던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본사회’를 국정 철학으로 제시하며, 국민의 생존과 존엄을 보장할 핵심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돈을 나눠주면 일하지 않게 된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실업 여부, 재산 수준,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선별적 복지와 다르다. 가장 흔한 오해는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를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하부 안전망’으로서, 의료·돌봄·장애인복지와 같은 서비스 복지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은 개선됐고 일부에서는 노동시장 재진입률도 오히려 높았다. 기본소득이 창업, 학습, 돌봄 등 생산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마중물이 된 것이다.

물론 가장 큰 현실적 과제는 재원이다. 이재명 정부는 탄소세, 데이터세, 토지이익 배당금 등 공유자산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되돌리겠다는 방향이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도시로,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불안과 소득격차, 청년 실업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 단기 비정규직, 경계선지능 청년 등 기존 복지체계에서 소외된 이들이 많다. 기본소득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버팀목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울산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GRDP(지역내총생산)를 기록하는 도시지만, 시민 개개인의 체감 소득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임금 정규직과 저임금 비정규직, 은퇴한 노년층 간 소득 격차가 커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빈곤감이 뚜렷하다. ‘잘사는 도시’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불평등 구조와 복지 사각지대의 짙은 그늘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이에 울산에서 ‘청년기본소득이나 울산형 기초생계비 지원, 지역화폐 기반의 생활소득 실험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를 제안해 본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단지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시민의 삶을 신뢰하고 함께 책임지는 방식이다. 동시에 지역 내 소비와 순환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역활성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고령화와 청년인구 유출 속도가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는 울산이야말로 이러한 기본소득 논의 흐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고민할 시간이다.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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