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7명의 부상자를 남기며 또 하나의 참혹한 재난으로 기록되었다. 화재는 오전 10시51분경 내부 마감공사가 진행되던 중 발생했으며, 가연성 자재가 다량 적치되어 있었던 탓에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또한 대피 지연과 초기 소방 대응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
마감공사는 인테리어 작업과 배관 및 전기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잡한 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단열재, 도료, 접착제 등 가연성 자재가 다량 사용되며, 용접이나 절단과 같은 불꽃 작업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 역시 이와 같은 조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공간에 다량의 가연성 자재가 적치되어 있었고, 화기 작업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사 현장에서 대피 경로가 확보되지 않거나 임시로 폐쇄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립되어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화재 시 대피 경로의 확보는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공사 진행 중에도 반드시 비상 통로를 유지하고, 정기적인 대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 확산 속도를 통제하지 못했다. 또한, 자동 화재 속보 설비가 설치되지 않아 초기 신고가 지연되었고, 대응 1단계 발령 후 20분이 지나도록 화재 진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대응 2단계 발령까지 1시간이 소요되면서 초동 진화에 실패했고, 그 결과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감지 및 신고 시스템의 미비, 초기 대응 지연은 이번 사고를 키운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를 보면, 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4.29) 경기도 양주 물류센터 화재(사망 8명, 부상 11명), 2022년(6.13)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2020년(4.29)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사망 38명, 부상 10명), 2019년(8.6) 인천 송도 오피스텔 화재(사망 3명, 부상 10명) 등 공통적으로 가연성 자재 관리 미흡, 용접 불꽃 작업 안전 조치 부족, 대피 경로 확보 실패, 소방 대응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행히도 이러한 문제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의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연성 자재의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소한의 양만 보관하고 가연성 자재 보관 구역을 따로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화기 작업이 이루어질 때는 화재감시자를 배치하고, 불꽃 작업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화재 감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대피 경로를 항상 개방하고, 작업자들에게 정기적인 대피 훈련을 실시하며, 비상 조명과 안내판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소방 설비 또한 강화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한, 휴대용 소화기와 방화벽, 방화 셔터 설치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여 초기 화재 진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공사 현장 내에 긴급 대응 인력을 배치하고, 관계자들에게 화재 예방 및 초기 진화 훈련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