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문화예술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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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문화예술이 미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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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전 울산문화재단 대표

‘K-문화강국’이 화두다. 세계가 주목한 ‘K-Culture’에 긍지를 느끼고, 세계를 겨냥한 문화산업의 성공 가능성에 고무되고,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와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위계적 중요성이 이제 옛것이 되었다. 문화가 다른 어느 것보다 중요도에서 앞서며, 그것들의 목적과 방향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도한다는 의미다. 25년 전 하버드 석좌교수 헌팅턴과 저명한 학자들이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조사하고 그 원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결론은 “문화가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향후 “문화가 인류발전을 결정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 결론과 전망은 도시발전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시민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도시발전을 좌우하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울산시민은 산업수도라는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공해 도시라는 딱지와 ‘문화불모지’라는 오명을 달고 살았다. 그런 만큼 문화도시에 대한 열망 또한 높다. 그동안 자괴감을 극복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려는 각고의 노력 끝에 ‘국가 정원’과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았다.

그런데도 울산의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은 타 시·도에 비하면 턱없이 취약하다. 이에 대한 울산시민의 상실감은 심각한 정도다. 시민과 대표자들이 문화예술의 의미, 역할과 기능, 대안적 정책을 깊이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수정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이든 문화예술인이든 관련 종사자든 문화를 ‘문학과 예술’ 정도로 여기면 문화예술의 빈곤을 느낄 수밖에 없고 현실적 창조적 논의 자체가 어렵다.

‘문화도시’ 담론은 고급문화의 대중적 확산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가 국가발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의 문화란 특정 사회에서 우세한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을 의미한다. 개인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체득한 사고방식, 언어, 감정표현, 식사 방식, 선호하는 음악 등등 생활형태의 차이와 개성이 중시되는 이유다.

2016년 유네스코가 ‘문화: 도시의 미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문화가 도시 재생과 혁신의 핵심이며 포용적 창조적 도시발전의 ‘전략적 자산’이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울산을 포함한 지자체들이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문화도시 조성을 실험하고 있다. 말하자면 문화도시 담론은 기존 도시발전모델의 한계를 넘어 문화야말로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힘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다음 사항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유무형 문화적 유산과 자연적 유산을 보존 보호해야 한다. 파괴와 재건 방식에서 탈피해 도시재생사업, 도시와 농촌의 호혜적 연계, 문화와 도시환경의 조화,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문화 공간 확보 및 접근성 보장 등 도시발전 기획에서 문화와 자연 유산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둘째, 문화예술의 창작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고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창작의 중요한 전제는 시민의 공감과 참여다. 이주민과 원주민,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는 물론 다양한 계층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존중되어야 문화예술의 창조적 확장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문화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품격 있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정책수립은 참여적 통합적 방식이어야 한다. 민관 거버넌스는 참여자들 사이의 헌신, 협업, 조율을 요구한다. 정책 개선을 위해 문화적 영향 지표와 자료수집 체계를 조직해야 하고, 재원조달을 위해 기부금, 후원금, 소액대출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시민과 시민, 시민-문화예술종사자-기관, 지방과 지방, 지방과 중앙, 우리와 세계 사이의 민주적 창조적 소통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언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접목한 문화예술은 시민이 건강한 삶을 꿈꾸고 도시(울산)의 미래 발전을 담보할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지원 및 협력 체계 구축이 절실한 때다.

김정배 전 울산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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