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대한민국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를 품은 대표적 산업 중심 도시다. 이로 인해 대형 화재, 폭발,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다양한 재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울산시 소방본부는 최근 울산 소방 역사상 최초의 소방교육훈련장인 ‘특수재난훈련센터’를 조성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훈련장은 단순 실습 공간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실화재훈련장, 다목적훈련탑, 석유화학플랜트훈련장, 옥외저장탱크훈련장, 탱크로리훈련장 등을 갖추고 있다. 고온·고압의 복잡한 환경을 정밀하게 구현한 훈련장 내에서는 실제 재난 상황에 준하는 고난도 훈련이 이뤄진다.
올해는 총 19개 과목, 63회에 걸친 훈련이 예정돼 있으며, 그중 ‘국제항만유해물질대응과정’은 지난 4월 동남아시아 7개국 16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울산은 이제 재난 대응 교육을 선진국에서 받던 위치에서, 세계 각국에 안전을 전파하는 ‘교육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 시도의 훈련 프로그램 문의와 견학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울산이 보유한 소방훈련 인프라의 우수성을 방증한다. 단순한 시설 견학을 넘어 실제 훈련을 접목하려는 타 지자체의 협력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현장 대응력도 높이고 있다. 특수재난훈련센터는 소방공무원뿐 아니라 관내 기업의 자체소방대도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울산의 54개 자체소방대 1800여명 중 16개사 자체소방대원을 우선 교육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더욱 확대된 범위에서 훈련을 운영할 계획이다. 민·관이 함께 위기 상황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반복 숙달함으로써, 실제 상황에서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협업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방훈련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실제 사고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유증기 확산, 연소 범위, 구조 동선, 무전 교신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시나리오 속에서 소방대원들은 판단력과 신속한 대응 능력을 끌어올린다. 훈련의 정밀도는 곧 생명과 직결되는 현장에서의 대응력으로 이어진다. 이는 반복 숙련을 통해 몸에 익힌 ‘체감형 훈련’의 결정체다.
사고가 남긴 교훈은 훈련으로 답한다. 2025년 울산의 한 위험물 터미널 옥외저장탱크에서 발생한 화재는 시민 안전을 크게 위협한 사고였다. 저장탱크 외부에서 시료 채취 중 발생한 폭발로 거대한 화염이 치솟았다. 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대형 피해로 이어질 뻔한 위기였다. 당시의 빠른 초동대응과 진압은 평소 반복 훈련의 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복잡한 고온·고압 환경에서의 재해는 단순 장비나 매뉴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실전과 같은 훈련만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재난현장에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반복된 훈련은 곧 현장의 생명줄이 된다. ‘현장에서의 1초’는 ‘훈련장에서의 수백 시간’과 맞바꿔야 하는 시간이다.
울산시 소방본부는 ‘훈련은 실전처럼, 대응은 완벽하게’라는 사명감으로 매 훈련에 임한다.
특수재난훈련센터는 단순 교육 시설을 넘어, 울산의 산업 안전 수준을 높이는 전환점이자 예방 중심의 안전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 산업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된 이 훈련장은 울산이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안전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 울산소방본부는 산업의 특성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훈련, 국제화 과정 확대, 타 시도와의 협력을 통해 ‘재난에 강한 도시’, 나아가 국제적 안전 중심도시 울산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철저한 준비가 생명을 지키며, 울산의 대응력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유대선 울산소방본부 특수대응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