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노인 천만시대, 존엄한 노후를 지켜야 할 사회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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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노인 천만시대, 존엄한 노후를 지켜야 할 사회의 책무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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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유준 울산시의회 문화복지환경위원장

매년 6월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제정된 날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가정과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화와 핵가족화, 고령화가 맞물리며 노인학대는 점점 더 은밀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다. 2024년 12월 기준, 울산의 노인 인구는 18만8702명으로 전체 인구의 17.2%를 차지하며, 전국 평균인 20%에 근접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비해 지역사회의 노인복지 인프라는 부족하고,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과 대응체계 또한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노인학대는 더 이상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학대는 신체적 폭력, 정서적 학대, 경제적 착취, 방임, 성적 학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경제적 착취와 정서적 방임은 외부에 드러나기 어려워 더욱 위험하다. 최근 울산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보호자에 의한 경제적 착취, 외로움과 우울증에 방치되어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드러나지 않는 학대’의 문제는 심각하다. 많은 노인이 가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놓여 있고, 신체적 저항이나 법적 대응이 어렵다.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24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만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가족에 의한 학대다. 하지만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피해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은폐된 학대를 발굴하고, 실질적 대안을 찾는 지역사회의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울산시는 노인학대 예방부터 피해 회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행 중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연간 240회 이상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대 피해를 입은 노인들을 위한 전용 쉼터를 운영하고, 상담 치료 및 의료비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인력과 예산을 보강하여 실질적인 현장 개입과 사후관리를 충실히 해야 한다. 신고부터 상담, 분리, 보호, 법률지원까지 통합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관의 기능을 확충해야 하며, 읍면동 단위로 노인학대 신고 거점을 확대 운영할 필요도 있다.

예방 교육은 주민센터, 경로당, 복지관,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노인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모두가 노인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초고령화 취약지대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인권교육’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뿐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돌봄체계의 구축도 시급하다. 독거노인, 무연고 노인, 치매 노인 등은 학대와 방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돌봄체계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갖추고, 민간 자원과의 연계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노인복지 전달체계의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존중과 돌봄의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 정책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회 전체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노인들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과 공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학교에서 세대 공감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도 노인들을 배려하고 돌보는 생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은 단지 하루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와 방임 속에 놓인 노인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분들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울산이 고령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노인의 존엄을 지키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존엄한 노후는 선택이 아닌 권리이며, 그 권리를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노인학대 없는 울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홍유준 울산시의회 문화복지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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