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 시대의 에너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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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 시대의 에너지 전쟁
  • 경상일보
  • 승인 202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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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AI는 연산 능력의 괴물이다. 챗GPT부터 생성형 AI 모델, 자율주행차, 정밀 의료 AI까지, 이들은 하루에 수백 메가와트(MWh)의 전력을 소모하는 고성능 서버에서 돌아간다. 하나의 대형 AI 데이터센터(예를 들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는 하루에 최대 500MWh~수천MWh, 연간으론 약 1.8억~33억KWh를 소비한다. 이는 최소 4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전력량에 해당한다(참고로 우리나라 4인 가구 1일 평균 전력 사용량은 약 10~13kWh). 뿐만 아니라 중소형 AI 데이터센터나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이 엄청난 전력을 무엇으로 공급할 것인가?

태양광과 풍력은 AI 시대 친환경의 구원자로 주목받는다. 탄소 배출이 없고, 에너지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태양광 발전으로 하루 500MWh를 충당하려면 약 62.5만㎡, 축구장 89개 규모의 패널이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은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에, 나머지 시간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ESS는 최소 450~500MWh 용량이며, 설치비는 약 2400억원에 달한다.

풍력의 경우 3MW급 터빈을 기준으로 약 24기가 필요하다. 터빈 간 간격과 풍속 조건을 고려하면 수백만 ㎡의 부지가 필요하고, 육상보다는 해상풍력에 의존하게 된다. 날씨와 입지 조건에 따라 생산량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막대한 면적, 비용, ESS 의존성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반면, 원자력은 작은 부지에서 안정적으로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대부분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는 1GW(=1000MW)급으로, 하루 약 24GWh를 생산한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하나의 필요 전력(500MWh)의 2% 남짓에 불과한 수준이다. 1기만 있으면 AI 데이터센터 수십 곳을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자로(SMR)는 100~300MW급 소형 설비로, 태양광 및 풍력보다 훨씬 작은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SMR 1기면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며, ESS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막대한 저장비용을 절감시킨다. 2025년 현재, 국가별 원전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93기, 중국 55기, 프랑스 56기, 러시아 37기, 한국26기이다. 여기에다 건설 중인 원전은 중국 약 30기, 러시아 7기와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는 SMR과 함께 계획 중인 신규 원전은 EU(이탈리아, 체코, 스웨덴, 네덜란드 등)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방글라데시, 이집트)에서 원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문제는 단순한 친환경성만이 아니다. 무엇이 더 싸고 안정적인가? 태양광 패널 설치 단가는 꾸준히 하락했지만, ESS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은 여전히 높다. 풍력은 설치비와 유지비가 만만치 않고, 입지 제한이 심하다. 반면 원자력은 초기 건설비용은 크지만, 장기적인 단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특히 AI가 전력 대량 소비의 ‘상수’가 되는 미래에는 전력의 안정성과 단가가 곧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된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전력망 개편, 계통 연계, 출력 변동 대응 등 부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 단순 발전비용만으로는 전체 비용 구조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AI 시대의 에너지 전쟁은 단순한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무엇이 지속 가능하고, 어떤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의 장점과 탄소중립의 핵심이지만, ESS와 보완 발전원 없이는 완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원자력은 고정밀·고출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베이스로드이며, SMR을 통한 유연한 확장도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하나가 아닌 혼합과 최적화에 있다.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원자력은 적이 아닌 파트너여야 한다. AI가 바꿔놓은 전력 패러다임 속에서, 화석연료가 없는 대한민국은 에너지 기술의 균형 잡힌 진화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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