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반구천의 암각화’ 인근을 슬로시티로 조성한다면
상태바
[경상시론]‘반구천의 암각화’ 인근을 슬로시티로 조성한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2010년에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된 지 상당히 지났지만, 지난달에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반구천의 암각화(울주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권고 했다는 기사(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 경상일보 5월27일자 1면)를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하기 때문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오는 7월6~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최종 결정되면, 우리나라의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이미 세계유산이 된 남한산성, 백제유적 등과 2010년에 함께 잠재목록에 등재되었지만, 다른 유산들이 등재될 때마다 아쉬움만 남겼었는데, 이렇게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는 소식이 그동안의 아쉬움을 더 큰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것 같다.

1970년에 먼저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정도 떨어져 있으며, 높이 약 2.7m, 너비 약 9.8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및 그림 등 620여점이 새겨져 있다. 1971년에 발견된 ‘울주 대곡리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로 불리는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의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및 활쏘기 등 총 312점의 그림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처음부터 사용된 공식 명칭은 아니다. 기존 ‘울주 천전리 각석’으로 불리던 국보 명칭이 지난해 2월28일부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변경됨에 따라 새롭게 국보 지정서를 받으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아쉬운 점은 새로운 명칭을 널리 알리기도 모자란 시점에 여전히 옛 명칭의 흔적이 크게 눈에 띈다는 것이다. 타지 방문객들이 왕래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의 홍보물에 여전히 천전리 각석이 적힌 것을 보고 시청 등에 민원 제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인 점은 아쉽다.

세계유산 등재에 덧붙여 슬로시티에 대해 짚어보자. ‘슬로시티(Slowcity)’의 이탈리아적 표현인 치따슬로(Cittaslow)는 1999년부터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에서 시작된 느린 도시(정체성 없는 획일적인 대도시와는 반대되는 개념) 만들기 운동으로,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원(자연환경·전통산업·문화·음식 등)을 지키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와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이다. 슬로시티의 슬로(slow)는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 의미로 ‘느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재인식하고, 여유와 균형, 그리고 조화를 찾아보자는 의미이다. 결코 현대 문명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위해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받은 도시는 신안, 완도, 담양, 하동, 예산,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안, 영양, 김해, 서천, 춘천, 장흥 총 15개소이다(슬로시티 홈페이지 https://cittaslow.co.kr/47 참조).

이들 도시의 면면을 보면 행정구역상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구·군 이름을 대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울산도 광역시가 중심이 될 것이 아니라 울주군이 주체가 되어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를 슬로시티로 조성할 것은 제안한다. 7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텐데 단순하게 2개의 암각화만 보고 돌아가게 할 것이 아니라, 암각화 조성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근을 슬로시티 특성을 지닌 ‘선사마을’로 조성한다면, 이 곳을 방문하여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암각화박물관 앞 다리부터 지역주민 이외의 모든 방문객은 걸어서 이동하도록 하며, 암각화 및 암각화박물관, 대곡박물관 근무자들의 근무복은 선사시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제안해 본다. 경기 용인의 민속촌이나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등에는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형태로 선사마을을 조성하되, 슬로시티의 성격을 갖는다면 기존의 민속마을과는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