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한 민간 소공연장이자 극단인 사회적협동조합 공연제작소 ‘마당’이 이달 초 도입한 ‘공연티켓 기부챌린지’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지역 사회와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챌린지는 지목받은 기부자가 다음 기부자를 지목하고, 지목받으면 사회적협동조합 공연제작소 마당 기부에 참여하고 다음 주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는 물론, 기업의 메세나 문화 확산, 또 민간 공연장의 수익 창출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달 초 1호인 코스포영남파워를 시작으로 한국동서발전, 지역 건설업체, 병원 등 약 20일만에 벌써 20곳이 넘는 지역의 기업·병원 등이 참여했고,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메세나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또 취약계층 문화예술 향유 기회에 도움을 주는 ESG 경영 기조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민간 공연장, 또 극단으로서는 수익 창출로 경영난을 해소하는데 단비 같은 활력소가 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올해 2월 말 지역의 대표 민간 소공연장인 CK아트홀이 지속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15년간 이어오던 공연사업을 종료하는 등 대부분의 민간 소공연장마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이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을 제외하면 지역에서 민간이 꾸준하게 공연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제작소 ‘마당’의 이번 ‘공연티켓 기부챌린지’ 시도는 신선하고, 충분히 지역 소공연장과 극단도 노력하면 자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울주문화재단이 올해 울산옹기축제에서 직원들의 역량으로 5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한 사례도 주목받을 만 하다. 재단은 이번 축제에서 문예진흥팀 서민지 팀장이 직접 개발한 옹기 캐릭터로 약 3000만원 이상의 디자인 및 외주 비용을 절감했으며, 이를 포함한 기획·운영·디자인 등 대부분의 축제 준비를 내부 인력이 수행하면서 총 5000만원 상당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서 팀장 등 3명의 직원들은 또 자발적으로 ‘축제기획전문가 1급’ 자격을 취득해 전문성을 높였으며, 옹기축제를 앞두고 10편의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 또는 제작에 참여해 예산절감과 함께 축제의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미술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아름다운 눈빛미술제’도 올해 새롭게 변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30회째를 맞아 울산미협은 눈빛미술제를 단순히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부채 만들기, 인형 만들기, 액자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가족 단위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에 조용하게 작품을 보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축제의 장처럼 활기를 띠는 등 참여형 미술축제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다.
‘문화도시 울산’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이처럼 지역 문화예술인과 기관, 단체 등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을 한다면 그 길은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