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가 떨어지는 지난 주말 북구 마동안길(매곡동 162-5) 골목길 바닥은 노란 살구가 툭툭 떨어져 뒹굴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사이사이에도 노란 열매가 조롱조롱 달려 있다. 큰 나무에 열매가 풍성하게 달렸다.
담장 안쪽에 서 있는 나무를 살펴보려고 들어가 주인에게 물었다. “어른(75세)의 고조할머니가 집 마당 한 켠에 여러 나무를 심으면서 같이 심었다”고 했다. 대략 200년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40년 전 주택을 새로 지으면서도 베지 말라고 해서 그냥 두고 있다”고 했다. 거름이나 농약 같은 것은 안 주는데도 매년 열매를 많이 단다고 했다.
주택과 담장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살구나무는 뿌리부분 둘레가 2.38m, 가슴높이 둘레가 2.15m이고 키는 대략 7m, 가지 벌림은 4개 방향으로 대략 9m다. 뿌리 부분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고 뿌리가 굵어지면서 점차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높이 1.7m 지점에서 굵은 가지 하나를 잘라낸 흔적이 있다.


잘린 부분으로 빗물이 들어가 나무 가운데 부분이 썩어 구멍이 생겼다. 버섯도 피어 있다. 현재 주인 어른이 태어날 때부터 보고 자란 나무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어른이 엄청 아팠다고 한다. 그 뒤로는 나무를 직접 자르지 않는다고 했다. “마동마을 보호수(소태나무)처럼 구청에서 썩은 부분을 시멘트(외과수술)로 보수해 주면 좀 더 나을 것 같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살구(殺狗)나무는 장미과 유실수로 ‘열매가 누렇게 익는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개가 씨를 먹으면 죽는다’거나 ‘개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먹으면 된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살구씨는 기관지 질환, 기침완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 나무는 한 가족의 삶과 역사를 묵묵히 지켜 살아온 증인이자, 문화유산이다. 줄기 일부가 썩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유전자를 간직한 미래 먹거리로써 우리와 더 오래 함께했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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