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또다시 산재 참사…이젠 ‘구조적 살인’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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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또다시 산재 참사…이젠 ‘구조적 살인’ 끝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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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울주군 삼성SDI 양극재 공장 신축현장에서 시공을 맡은 S사 직원 50대 A씨가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공사 현장 전기 공정 점검관으로, 이날 옥상에 혼자 올라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올해 울산지역에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동안에만 3건의 산재 사망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2분기 들어서도 연쇄적인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4일에는 울주군의 한 공장 철거현장에서 천장 크레인 해체 작업 도중 철제 구조물이 떨어져 작업자가 사망했다. 같은 날, 울산 동구 앞바다 방파제 보강공사 현장에서도 H사 하청 노동자가 기본적인 잠수장비 없이 작업하다 숨졌다. 앞서 4월 24일에는 울주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달비계를 이용해 외벽 배관을 교체하던 중 21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울산 건설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안전 부실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경고다. 건설 현장 곳곳에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가 널리 퍼져 있으며, 산업재해가 일상이 돼버린 상황이다.

이제는 더 이상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예고된 참사이자 구조적 실패의 결과다. 지역 노동계가 잇단 사망 사고를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살인’이라며 강하게 규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땜질식 대응이 아닌, 산업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다.

대규모 산업 플랜트 공사가 집중된 울산에서 현장 안전 확보는 지역사회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안전도시’에서 UN ‘방재안전도시’로 위상을 높인 울산은 이제 더 이상 ‘안전 불감증’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와 무책임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업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근본적 각성과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반복되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아니라, 반복된 죽음을 뿌리 뽑을 실효성 있는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재 사망사고는 무책임과 방임의 결과로,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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