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자치 30년…‘수직적 권력 분립’의 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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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방자치 30년…‘수직적 권력 분립’의 틀 만들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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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남 ubc 울산방송 기자 경북대 법학 박사(헌법 전공)

올해는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이 직접 뽑는 역사적 선거가 치러졌다. 이후 관선 단체장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지역 밀착형’ 행정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도입됐고,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울주군에서 시작한 재난지원금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등 지방정부의 신속한 맞춤형 대응이 주목받았다. 특히 12·3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 속 국론 분열이 가져온 대혼란과 영남권 산불 재난 속에서도 민생 안정을 이끈 것은 안정적인 ‘지방 행정’의 힘이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 소추(두번째 인용) 이후 개헌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은 물론 최근에는 ‘입법 독재’를 주장하며 국회의 분권화 논의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개헌은 통치구조의 분권인 ‘수평적 분권’에 집중되는 것 같다.

지방소멸 위기를 막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국회와 지방의회 간 ‘수직적 분권화’ 논의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분권의 가치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에서 나온 보충의견에서 “지방분권은 지방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여 상향적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다. (중략) 중앙집권적 자원배분으로 인한 지역불만을 완화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고”(헌재결 2017. 3. 10. 2016헌나1)라고 판시해 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우리의 지방자치는 ‘자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앙에 예속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제 도입 후에도 정부가 세출과 세입을 다수 관리해 ‘재정 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조세에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이 2025년 23.1%로, 2020년 26.3%보다 급감했고, ‘세외수입’에 속해 준조세로 불리는 91개 부담금도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징수 비율이 88% 대 9.1%로 편중되어 있다.(출처: 지방재정 365, 2025년 기획재정부 부담금 운용종합계획서) 그 결과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2017년 53.7%에서 올해는 48.6%로, 재정자주도 역시 8년 전 74.9%에서 올해 70.3%로 감소하는 추세이다.(출처: 행정안정부)

국가 정책에서 인구와 국회 의석이 우세한 수도권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향도 심화되는 것 같다. 중앙과 지역 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에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는 지역민의 대변자 역할을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직선거법상 정당에 후보자 추천 요건이 있고, 특정 지역에선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정치 구도여서 후보자들은 중앙당의 결정이나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한계가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 분권 강화 차원에서 다음의 내용으로 헌법과 법 개정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헌법 개정 논의에 ‘수직적 권력 분립’,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반영해야 한다. 지방 분권 강화가 제10차 헌법에 반영된다면 독일처럼 자주재정권을 확보하거나 국회의 양원제를 통해 (가령 참의원 또는 상원을 인구수가 아니라 지역 대표들로 구성하는 방안) 각 지역의 자주권과 의사 결정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만 헌법 개정은 앞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각각 현직 대통령으로 제안했지만 추진력을 잃고 여야 합의 도출 등이 쉽지 않아 장기 과제로 보여 ‘법 개정’을 통한 개선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둘째 법 개정을 통한 개선의 핵심으로 ‘재정 분권’ 강화를 제안한다. 8대 2구조인 국세·지방세간 세목 조정이나 내국세 대비 지방교부세 비율을 현행 19.24%보다 상향한 뒤 지자체가 그만큼 세출사용권을 결정하도록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대통령과 광역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실효성을 강화해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지방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 스스로 단체장의 책무성을 높이고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높여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독일처럼 ‘지역정당’ 도입을 검토하고 지방권력의 감시 장치로 시민단체와 언론 등 소프트 파워의 활성화와 연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남 ubc 울산방송 기자 경북대 법학 박사(헌법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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