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의 정치활동, 권리만큼 책임도 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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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사의 정치활동, 권리만큼 책임도 분명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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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이 논란 속에서도 예정대로 25일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을 초청해 헌법 특강을 강행했다. 특강은 사전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교직원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지역 사회에서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문 전 재판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판결에 관여한 사실을 들어 ‘정치적 편향 인물’로 규정하며 특강 취소를 요구했다. 반면, 교육계와 교육 시민단체는 이를 ‘헌법 가치 교육의 위축’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특강논란은 단순히 한 인물의 강연 여부를 넘어, 오늘날 공교육이 안고 있는 핵심 쟁점인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 문제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근무시간 외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제시했고, 이에 전교조와 일부 시민단체의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학부모 일부는 “사적 시간과 공적 역할의 경계가 불명확하다”며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등은 교사에게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 선거운동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정치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동원됐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며, 교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원칙은 지금껏 변함없이 유지돼왔다.

최근 논란이 된 일부 교사의 SNS 정치 발언이나 편향된 수업 사례처럼 현 제도 아래서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만약 정치활동이 합법화할 경우, 교실 안팎의 경계가 더 흐려지고, 정치적 편향성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 침해, 교실 내 갈등 심화, 공교육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교사의 정치적 표현권 자체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권리의 행사 방식이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분명해야 하며, 특히 교육이라는 영역에서는 그 책임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교사와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할 교육적 윤리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은 권리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느냐는 과제다. 정치적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은 반드시 충돌한다. 이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무작정 권리만 확대한다면, 공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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