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인생의 마지막…장례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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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인생의 마지막…장례희망”
  • 경상일보
  • 승인 202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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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지난주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2024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악동뮤지션 이찬혁이 선보였던 축하 무대가 문득 떠올랐다. 그는 ‘파노라마’와 ‘장례희망’을 편곡해 샴페인 잔을 들고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는 스스로 관에 들어가 무대 뒤 꽃길을 따라 천국으로 입성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갑작스러운 의사의 사망선고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짧은 인생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신이 바라는 ‘장례희망’을 노래로 담아낸 무대였다. 관객으로 모인 영화인들은 평범한 축하 공연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 그의 예술적 퍼포먼스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찬혁의 ‘장례희망’에는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자신의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천국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

우리의 인생도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 순간 그 끝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결혼식, 돌잔치, 환갑잔치처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고, 많은 지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지만,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장례식은 대부분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

필자 역시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 아버지와의 이별을 예고받고 며칠을 눈물과 후회로 보냈다. 그러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연명치료로 주어진 시간 동안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그동안 아버지가 보고 싶어 하셨던 친척들에게 문병을 오게 하고, 37년간 몸담으셨던 교직 경력을 바탕으로 장례식 입구에 걸어둘 ‘김종찬 선생님이 걸어오신 길’이라는 인쇄물을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의 결혼식을 준비하듯 식장은 어디가 좋을지 알아보고, 마지막에 머무를 안치공원은 영남알프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으로 정했다.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아버지를 아침저녁으로 찾아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털어놓으며, 내게 주신 재능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가장 아름답게 준비하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장례식은 갑작스러운 헤어짐과 슬픔으로 인해 눈앞에 닥친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하다가, 눈물과 아쉬움으로 이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이찬혁의 ‘장례희망’은 우리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인생의 마지막 무대인 장례의 희망을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다면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이나 슬픔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지인들과 함께 축하와 환호로 마지막 인생길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뜻처럼 다가온다.

“종종 상상했던 내 장례식엔 축하와 환호성, 또 박수갈채가 있는 파티가 됐으면 했네. 왜냐면 난 천국에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 역시 천국에 대한 믿음으로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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