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산하동에 있는 강동바다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 정보, 교육, 문화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 함께 돌봄센터’가 운영돼 지역 주민의 육아와 돌봄을 지원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바다를 테마로 한 건축물로, 유리와 곡선 구조를 활용해 파도와 푸른 하늘을 형상화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2023년에 문을 연 바다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면적 980㎡의 소규모 공공도서관이다. 하루 평균 약 420명의 이용자가 이곳을 찾고 있으며, 평균 360권의 도서가 대출되고 있다. 가까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이 좋고, 놀이터와 연계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점도 이 도서관의 특징이다.

1층에 들어서면 전자게시판이 도서관의 각종 행사 일정을 안내하며 이용자를 맞이한다. 다목적실에서는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저자 강연, 독서 모임, 문화 강좌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자녀 양육에 바쁜 부모들을 위해 계절 꽃을 활용한 꽃꽂이 강좌가 열렸던 적이 있는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부모들이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소외감을 줄이는 동시에 일상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2층은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밝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와 놀이를 할 수 있다. 유아자료실은 상어와 불가사리, 물고기들이 어우러진 바닷속 테마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앉아 동화 강좌를 듣는 모습이 꽤 진지해 보인다. 방음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돼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며 수유실도 마련돼 있어 부모의 자녀 돌봄 편의성도 높였다.

3층에는 성인을 위한 일반 열람실과 시청각과 전자자료를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코너가 있다. 독서 공간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바다 풍경은 공부나 독서에 지친 이들에게 청량한 휴식을 선사한다. 층간 계단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어 이용자들의 취향에 따라 자리를 선택해 읽을 수 있다.
강동바다도서관의 숨은 명소는 4층에 있는 옥상 쉼터다.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시원한 바닷바람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제공한다. 옥상에서는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와 바람이 센 날이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호기심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옥상 무대는 국악 공연이나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려 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월 초에는 ‘북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이 흐르는 옥상도서관을 운영했다. 음악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파도 소리’가 선곡된 날에는 해변에 앉아 책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올해 여름에는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옥상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어서 ‘북캉스’장소로 더욱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책과 자연을 결합한 힐링 공간이 새로운 독서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의 ‘학산숲속시집 작은도서관’, 수원의 ‘푸른숲도서관’, 한양도성을 배경으로 한 ‘다산성곽도서관’처럼 자연 친화적인 도서관이 북캉스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강동바다도서관은 바다라는 독특한 배경을 품고 있어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다. 바다는 숲이나 성곽과는 또 다른 개방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도서관 인근에는 강동해양관광단지가 있어 관광과 독서를 연계한 문화 코스로서의 가치도 높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몽돌해변에는 독서 후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중앙공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해안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족 단위로 자전거를 타며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다. 외부 관광객이라면 오전에는 강동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조용한 독서를 하는 ‘북캉스’일정을 권할 만하다.
또한, 여름 휴가철 바닷가에서 야외 도서관을 운영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서울도서관이 청계천 냇가에 책 바구니, 동물 서가, 조명등, 의자를 비치하고 음악이 흐르는 냇가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처럼, 강동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독서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게 하기에도 좋다. 6월 중순, 부산 민락수변공원에서 열리는 ‘부산바다도서관’ 같이 여러 단체가 협력해 지역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름철이 되면 강동바다도서관의 매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바다가 보이는 실내의 창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책을 읽는 경험은 잊지 못할 휴가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실외의 옥상 쉼터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물멍’에 빠져들거나 책에 몰입하는 ‘책멍’에 빠질 수 있어 책과 자연이 결합한 진정한 힐링 공간이다.
강동바다도서관은 단순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 책과 바다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문화 행사와 함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특별한 독서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다.
이애란 칼럼니스트 문헌정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