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의 오랜 고질병 중 하나를 적극 행정으로 타파하려다 서툰 일처리로 오히려 징계를 받은 신출내기 공무원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열린 군의회 제239회 제1차 정례회 행정복지위원회의 홍보미디어과 행정사무감사에서 ‘마을방송망 LTE 교체사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교체사업을 위한 예산이 마을방송 고도화 사업 예산으로 무단 전용됐고, 고도화 사업을 통해 구입된 장비가 설치만 하고 미사용 중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사를 받던 담당 계장 역시 별다른 변명을 하지 않았고, 관련 징계 사실도 드러나며 횡령 또는 비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
군에 따르면, 마을방송 유지보수는 지난 10년간 A사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이 기간 마을방송 시스템이 고장 나면 수리까지 평균 일주일에서 최대 한달가량이 소요됐다. 불편을 겪는 마을 주민과 이장들은 민원과 불만을 제기했고, 골머리를 앓던 역대 담당자들은 유지보수 업체 변경을 고민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의 데이터 송수신 장비가 고유 프로토콜을 사용하다 보니 유지보수를 맡겠다는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타업체는 인력을 투입해 해당 프로토콜을 분석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술 종속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던 2024년, 3G망을 LTE망으로 교체하기 위한 예산 4억6800만원이 당초예산으로 편성됐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몇달 안 된 B씨는 이를 A사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기회로 판단하고, 교체사업 예산을 우수 조달물품인 CES-5216 송신기 구입에 사용했다. 해당 제품은 오픈 소스 형식이기에 특정 업체 기술에 종속되지 않아, 유지보수가 수월하다.
이 과정에서 예산 목적 외 사용이 이뤄졌지만, 관련 행정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물품 검사조서 작성 시 구입한 송신기 설치 사진이 누락한 채 검수가 완료됐다. 사업 진행 당시 일이 몰렸던 담당 계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올해 초 LTE 교체사업을 위한 제품 구입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 등의 신고와 민원이 접수됐고, 군은 감사 끝에 LTE 교체비용이 송신기 구입에 전용된 것을 확인했다.
B씨와 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 5월 각각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적극행정 사례로도 볼 수 있지만, 위원회는 목적 외 사용된 예산 규모가 크고, 결과적으로 물품 검사조서가 허위로 제출됐으며 회계 질서 문란 행위에 따라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울주군은 빠르면 연말까지 통신사 임대망 계약을 마무리하고 마을 방송 고도화 사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