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조선해양의 날’이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이 날은 1974년 6월28일 현대조선소 1단계 준공과 초대형 선박 2척 명명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2006년 제정된 울산시 자체 기념일이다. 울산시는 27일 조선해양산업의 성장과 미래를 조망하는 홍보영상 상영과 유공자 표창, 기조강연, 기술발표회 등 기념행사로 ‘울산조선해양의 날’을 자축했다.
그러나 올해 ‘조선해양의 날’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기)’에 대한 기대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맞물린 가운데 진행됐다. 울산이 세계 조선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역사적인 순간을 자축하는 자긍심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업황이 성장이 정점을 찍고 정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피크아웃’ 우려가 무겁게 짓눌렀다.
최근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량 감소와 함께 슈퍼사이클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팬데믹 이후 물류 회복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누려온 황금기가 4년도 채 되지 않아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트럼프 미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글로벌 발주 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주 실적은 연간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하다. 조선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노사 임금협상은 실질적인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기본급 인상, 격려금 지급, 정년 연장 등을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고, 경영 집중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향후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날 열린 ‘디지털 시대, 자율제조를 선도하는 K-조선’을 주제로 한 기술발표회에서는 자율제조 시스템을 통한 조선업의 혁신적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을 결합하여 조선 산업의 생산성 및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호황기에는 미래를 준비하고, 불황기에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업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사 갈등을 해소하고, 경영 집중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나아가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선종으로 확장하고, 미국 시장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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