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온양읍과 언양읍을 집어삼킨 울산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당시 931㏊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수많은 주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으나, 100일이 지난 현장은 산불 피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명의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지난 27~28일 찾은 온양읍 산불 현장은 청명한 하늘 아래 온 세상이 초록 물결로 덮여 있다. 산불 직후 온양읍 산자락은 검게 그을린 나무와 암벽, 무덤, 수풀, 밭 등 타다 남은 잔해로 가득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현장에는 산불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비에 씻긴 토양 위로는 작은 풀잎과 들꽃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자랑하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불에 그슬려 검게 변한 나무에는 새순이 돋거나 푸른 잎이 돋아나 있었다.
작물들이 검게 그을린 밭은 이미 갈아엎어졌거나, 다른 작물이 자라고 있다. 화마 지나간 당시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산불 피해 지역이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기현 하대마을 이장은 “산불 현장 대부분이 이제 풀들에 덮여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며 “다만, 아침 안개를 보면 산불 당시의 연기가 연상돼서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가 있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직후 행정 당국은 산불 현장에 대한 각종 지원을 서둘렀다. 특히 산불로 인해 산사태에 취약해진 지역을 중심으로 여름 장마가 오기 전 긴급·응급복구작업에 나섰다.
울주군은 온양읍 운화리와 언양읍 화장산 일원에 풀잎 씨앗이 든 식생 마대로 수로를 만드는 등 응급복구사업을 진행했으며, 민가가 인접한 언양읍 신화경로당 일원에는 돌이 든 철망을 설치하는 등 산사태를 방지하기 긴급복구작업 중이다.
또 군은 산불 피해 복구 기본계획에 따라 1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산불 피해 복구 기본계획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을 통해 피해 복구지 피해 면적을 산정하고 조림 필요 지역을 분류할 예정이다.
조림 지역에 삼나무, 아까시 등 산주와 협의를 통해 조림수종을 선택하고, 산주들이 임업으로도 수익이 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전소된 주택 2채에 대해선 주거비 명목으로 생활안전지원금 8000만원을 지원했다. 농업시설, 창고, 농작물에 대해서는 총 5900만원의 지원이 있었지만, 임산물에 대해서는 피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산불 피해자들의 1년 치 소득 50% 이상이 임업 또는 농업으로 인한 소득이어야 지원 대상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군은 산불 피해 지원 대상자에 선정된 사람뿐만 아니라 선정에서 탈락한 피해자들에게도 산불 성금과 고향사랑기부금을 통해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산불 당시 인력, 물자 동원 등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 1차 토론회도 최근 개최됐다. 군은 토론회에서 도출된 개선 방안 등을 정리해 시스템으로 만들 예정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간다는 개념으로 복구 계획 수립 중”이라며 “산림 복원뿐만 아니라 임업 소득, 산림 관광 등을 고려해 조림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