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의 핵심 축인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구조적 불황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업계는 사업 재편, 비핵심 사업 매각, 수익성 높은 분야로의 투자 재배치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거의 없다. 특히 울산, 대산, 여수 등 핵심 석유화학 거점에 대한 위기 대응 지역 지정이 지연되면서, 석유화학 산업 위기가 지역 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침체에 빠졌으며,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태광산업 등 주요 기업들은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재무 구조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기평은 석유화학 산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수급 불균형과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후속 대책을 하반기로 미뤘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으로 상반기 대책 마련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울산시는 2월, 지역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 요청한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도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 상환 유예와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 정부의 금융 및 재정적 지원을 기대했던 화학기업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은 3대 주력 산업 중 조선업이 10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자마자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대응이 지연될수록 석유화학 산업의 붕괴 위험은 커지고, 전방 산업과 민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것이다.
새 정부가 AI(인공지능), 내수 진작,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등 다양한 중요 과제를 다루고 있지만,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혹여라도 석유화학이 ‘전통 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이는 산업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석유화학 산업의 혁신과 미래 지향적인 전환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은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다 빠르고 강력한 처방책이 없다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에 밀려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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