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3일, 제21대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됐다. 선거 과정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여러 공약 중 노동정책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분야였다. 그중에서도 ‘주 4.5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정책적 시도로 평가된다. 이 제도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파급력을 가지므로 도입 전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정책 실현 가능성과 산업별 수용성까지 포함한 다각적 검토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주 5일제(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단순히 주말 이틀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임금, 연차휴가, 가산수당 기준이 전면 개편됐으며, 노사 간 갈등과 협의가 동반됐다. 이번에 논의되는 주 4.5일제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제도이자, 근로문화와 기업 운영방식에 또 한 번의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이다.
4.5일 근무제는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여가시간을 확대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지만, 임금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시간당 임금은 자동적으로 상승한다. 예를 들어 주 40시간 기준 주급 40만원을 받던 근로자가 36시간만 일해도 임금이 같다면, 시간당 임금은 약 11.1% 증가하게 된다. 이는 2024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1.7%)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수준으로,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경영자는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고, 노동자는 여가 확대와 근로환경 개선 차원에서 환영할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과 삶의 균형 추구 트렌드와도 맞물려 긍정적 반응이 예상된다.
실제로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 정부는 ‘통상임금 저하 금지’ 규정을 부칙에 명시해 기업의 임금삭감 시도를 막은 바 있다. 이와 유사하게, 4.5일제 도입 시에도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임금 수준 유지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노사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근로시간 축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정근로시간 조정뿐 아니라, 연장근로 한도, 휴일근로 가산임금, 연차휴가 산정 방식, 탄력·선택근로제와의 정합성 등 근로기준법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근로자 수에 따른 차등 적용이나 산업별 예외 조항, 중소기업 대상 재정지원과 유예기간 등 ‘연착륙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제도의 성급한 시행은 오히려 현장의 혼란과 법적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사정 협의체의 실질적인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다.
연차휴가 제도 역시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주 44시간제 시절엔 연차 10일과 월차휴가가 있었으나,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며 월차는 폐지되고 연차 15일이 기준이 됐다. 4.5일제가 시행되면 주당 반일의 유급휴무가 추가돼 연간 약 26일의 휴무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연차 일수를 12일 내외로 줄이려는 논의도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노사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휴가권 축소로 이어진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소외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들 사업장에 연차휴가, 해고제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임금 지급 등 핵심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는 제도적 보호에서 지속적으로 제외되어 왔고, 4.5일제 역시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점진적 확대 적용과 함께 행정·재정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정책 형평성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라도 이들 사업장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무일 축소가 아니라 노동시장, 기업 환경, 국가 경쟁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그 도입에는 단기적 실익보다 중장기적 구조개혁의 관점이 필요하며, 정교한 제도 설계와 폭넓은 사회적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도강혁 한빛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