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정밀화학까지 휘청, 벼랑끝에 선 울산석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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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정밀화학까지 휘청, 벼랑끝에 선 울산석화산업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5.07.24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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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 자료사진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 자료사진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불황과 공급 과잉으로 고전하면서 생산량과 인력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고부가가치로 꼽히는 정밀화학도 불황 터널에 들어서면서 울산지역 석화산업 전반이 휘청이는 모양새다.

기업의 자구책 마련은 물론 행정당국의 보다 강력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주력 생산공장을 둔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초산비닐 증산을 위해 추진했던 울산3공장 신설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롯데이네오스는 국내 유일의 초산·초산비닐(VAM) 생산 기업으로, 초산비닐은 식품용 포장재·무독성 접착제·도료·태양 전지 모듈 하우징·디스플레이용 편광 필름 등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 쓰인다.

당초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지난 2023년 연산 47만t 규모 1·2공장에 이어 25만t 규모 3공장을 증설해 초산비닐 생산 설비 확대를 꾀했다. 당시 크게 늘어나는 국내외 수요 확대에 대응한 투자 계획으로 초산비닐 생산 능력을 70만t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3공장은 올해 말 가동이 목표였지만, 장기간 이어진 글로벌 불황과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발목을 잡았다. 부지 매입과 건설을 위한 기본 설계계약도 마쳤지만, 투자계획을 밝힌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첫삽도 뜨지 못한 채 멈추게 됐다.

증설 추진 당시에는 팬데믹 이후 제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롯데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지난달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5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을 언급했는데, 스페셜티분야에서 뚜렷한 신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에 롯데이네오스에 에틸렌을 공급하는 대한유화 등도 증설의 원점 재검토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정밀화학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하락 사이클에도 영향을 덜 받는 분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밀제품이라도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은 지난해 감산으로 인력을 여수·대산 등으로 재배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익성이 악화한 1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급기야 최근 들어 장기근속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화솔루션은 수년째 3공장의 PA(폴리아마이드)·MA(말레이드산무수물) 생산 공정 라인을 멈추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사들도 생산설비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부 공장을 매각하는 등 상시적인 다운사이징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지금까지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하락 사이클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확보에 집중해 온 것에서 전략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고부가제품도 불황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는 만큼 울산 석유화학업계도 수십년간의 쌓은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제조 AI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석유화학업계 최대 난제가 공급과잉이다. 중국과 중동 양쪽에서 설비 증설을 하고 있는데, 2028년까지는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효율을 꾀해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제조 AI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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