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찾은 공사현장에는 지하 1층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그 위로는 거대한 크레인이 그대로 서 있었다. 크레인 기둥 바닥에는 빗물이 고여 붉게 변색된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골조 사이사이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출입구는 철재 가림막으로 막혀 있었지만, 틈이 벌어져 내부가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허술했다.
안쪽에는 녹슨 철근과 자재가 방치돼 있어 아이들이나 주취객들이 들어갈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보였다. 특히 크레인이 세워진 공사장 주변은 식당과 카페 등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여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근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서 있었다”며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저거 혹시 이쪽으로 넘어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몇년째 같은 얘기를 들으니 이제는 웃어넘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저절로 크레인 쪽을 보게 된다. 워낙 오래 방치돼 있다 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당 부지는 지난 2017년 오피스텔 건축을 위해 착공했지만 건축주의 사정으로 지하 1층 골조 공사 이후 공정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건축주는 지난 5월 북구청에 착공 기한을 2026년 5월까지 연장 신청해 둔 상태다.
북구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자 사업주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연결된 통화에서 사업주측은 “언제 공사를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크레인을 철거했다가 재설치하면 비용이 더 들어 당장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구 관계자는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유지인데다 현재 미착공 상태라 직접적인 조치가 어렵다”며 “다만 매년 안전점검을 통해 크레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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