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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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0)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15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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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농소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배경이 되고 있는 관문성 전경. 울산시 제공

한편 천동은 김 초시가 형방에게 보낸 서찰과 동리 사람들의 집단적인 탄원으로 방면되었다. 이틀 동안 무려 장 사십 대를 맞은 천동은 강골임에도 몸이 말이 아니었다. 동무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힘겹게 걸을 수 있었다. 천동은 먼저 국화의 안부를 물었다.

“누이, 누이는 어떻게 되었어?”

“어, 집에 가만히 계시라고 하고 왔는데….”

“이 새끼들이…, 저리 비켜.”

부지깽이와 먹쇠는 천동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천동은 지금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들에게 욕까지 하고 있었다.

“왜 그래, 천동아!”

천동은 대답 대신 아픈 다리를 절면서도 아주 빠르게 송내에 있는 그의 초가집으로 달려갔다.

“누이가 위험해.”

정신없이 송내의 집으로 돌아 온 천동은 급한 마음에 허둥대며 누이를 찾았다.

“국화 누이! 누이! 어디 있어요?”

이 방 저 방 다 열어보았지만 국화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기거하던 방에 서찰이 있었다.

동생, 나 찾지 마. 내 갈 길을 가는 거니까. 동생에게는 동생의 길이 있는 것이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어. 반가의 여인이 언제까지 여기서 천민인 동생과 같이 지낼 수는 없잖아. 동생이 나를 지금까지 지켜준 거 정말 고마워.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은 더 고맙고. 이제는 동생도 나 같은 거 잊고, 잘 지내.

서찰을 다 읽은 천동은 국화를 부르며 서럽게 울었다. 덩치가 산만한 그가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은 숙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웠다. 그녀가 없는 집에서 그는 열흘을 꼼짝도 하지 않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천동아, 추수를 더 미루면 벼 이삭이 논에 다 떨어질지도 몰라. 이제 그만 정신 차려. 제발.”

“그래, 알았어.”

다음 날 거짓말같이 천동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동무들과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추수부터 했다. 수확한 벼의 절반은 약속대로 동무들에게 주고, 다섯 섬은 이른 새벽에 무룡산의 동굴집으로 옮겼다.

부지깽이와 먹쇠는 벼를 팔아서 저수지 위에 있는 삼 년 묵은 천수답을 헐값에 샀다. 천동은 장날에 남은 물고기와 약재, 야생동물을 팔아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그동안 빌려서 사용했던 야산을 샀다. 쌀 일곱 섬을 주고 임진년 이후 농사를 짓지 않은 황무지 묵밭 세 두락도 샀다. 이듬해에 파종하기 위해서 그곳의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갈아엎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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