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함께했던 육십여 호 장현 이웃
개발에 밀려나서 뿔뿔이 흩어졌다
정겨운 추억 못 잊어 애향비에 담았다
소망대 올라와서 억새길 바라보고
눈망울 굴리면서 벚꽃길 따라잡고
눈 아래 미로 정원서 고향 벗을 찾는다
산책길 울긋불긋 사연들 퍼 올리고
눈을 뜬 동백꽃 잎 그리움 수놓으면
동박새 동백숲 길로 옛사람들 부른다

인도와 공원의 경계를 짓는 화살나무가 공원 가장자리로 빙 둘러져 있다. 진입광장을 외면하고 울타리 사이로 난 계단을 통해 울산 중구 장현동에 소재한 1호 근린공원인 장현공원을 들어섰다. 딱딱한 느낌의 담이 아닌 나지막한 나무울타리여서 공원의 이미지가 온아하게 다가왔다.
나무울타리 안쪽으로는 완만한 언덕이 넓게 형성돼 있고 나무들이 군데군데 심겨있다. 마치 허리를 굽히고 편안히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진입 계단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발도 편하고 오르는 소리도 요란하지 않다. 나무 계단을 올라서니 눈길을 사로잡는 미로정원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높이 1미터 정도인 측백나무로 단장된 것을 보고 미로정원임을 알아챘다. 아이들이 잡았던 부모 손을 놓고 재빨리 이곳으로 들어갈 것 같다.
숨바꼭질을 하듯이 여러 겹으로 된 측백나무 안에 몸을 숨기고 자신을 찾아보라고 작은 소리로 외칠 것 같은 그곳을 나도 들어가 보았다. 대여섯 겹으로 된 미로정원에는 이제 막 깨어나는 듯한 날벌레들이 많았다. 아이들만 숨는 곳이 아니었다. 벌레들의 은신처로도 적당했다.
몇 개로 난 미로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면 가운데에 동그랗게 형성된 공터를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각기 다른 통로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가운데에서 만나면 서로 반가운 나머지 웃음을 최고조로 날리며 손을 잡을 것 같다.
미로정원에서 세 군데의 나무 계단을 밟고 또 한 군데의 돌계단을 밟으면 육각정을 만나게 된다. 육각정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가림막처럼 만든 문이 있어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는 재미가 있다. 육각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미로정원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이제야 육각정에서 진입광장을 내려가 본다. 거기에는 장현마을의 애향비가 넓적 돌에 새겨져 있고 아랫돌에는 장현동의 지명유래가 적혀 있다. 진회색의 돌에 새겨진 애향비 옆에 연초록과 진녹색으로 표시된 공원안내도가 애향비와 대조를 이뤄 조화롭게 보였다. 공원 지도가 사람인(人)자를 닮아 있어 유독 사람들을 부르는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원에는 작은 수목이 많았다. 칠엽수 가시나무 매자나무 대왕참나무 은목서 영산홍 산사나무 등이었는데 공원을 공원답게 빛내고 있었다. 오름억새길과 억새길 동백숲길 벚꽃길도 넉넉하게 조성돼 있어 앞으로도 계속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백숲 길 앞에는 누군가 동백꽃 잎으로 하트 문양을 만들어 놓았다. 공원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공원을 걸으니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미 내 등에 탑승한 기분이었다.
공원 주변에는 단독주택들이 세련되게 보인다.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지어진 집들이어서 외관도 보기 좋았고 집들도 다양하고 예뻤다. 문만 열면 장현공원의 산뜻한 공기가 바로 느껴질 것 같은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심신이 건강할 것 같았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는 기분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무울타리 안의 공원이 서로를 챙긴다. 장현공원의 애향비가 보면 볼수록 정겹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