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 속에서도 우러나는 충정
쓴 나물 데운 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네
초옥(草屋) 좁은 것이 긔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임 그린 탓으로 시름겨워하노라 <해동가요>

쓴나물의 참맛을 알면 벌써 철이 들었다는 생각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입에 단 맛만은 몸에 해롭다고 했다. 식생활은 생명 가진 이의 최우선 과제다.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요리를 한다.
최고의 요리는 식자재의 풍미를 살리며 최소의 조리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요리라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 조미를 더한 요리는 그 식자재의 맛은 온데간데 없고 그 맛이 그 맛 같고 밍밍하고 덜쩍해서 수저를 들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맛을 내는 조미료는 파와 마늘, 양파와 고추, 식초와 후추, 간장 정도의 천연 조미료가 우리에겐 오랜 세월 우리 입맛에 닿아 있지 않은가. 많은 조미를 치고 많이 주무르고 이것저것 섞으면 참 맛은 달아나고 만다.
세월이 좋아져서 우리들은 외식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주 요리에 3첩 반상이면 충분히 족할 것 같은데 7첩 또는 12첩 상을 받으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쩌다 생일상이라든지 손님 접대가 있는 날, 오랜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면 또 모르겠지만 다들 너무 많이 먹고서 어떻게 체중을 내려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 상을 물리고 난 뒤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도 큰 손실이다. 아니라면 남은 음식이 또 다른 상에 오른다면 그것 또한 끔찍한 일이다.
다 같이 함께 생각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의 밥상으로 충분히 즐거운 식사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철없는 이들은 식당에서 밥상을 받으면 손도 대지 못하게 말리고선 찰깍찰깍 찍어댄다. 어디에 남기고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송강 정철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그는 당파 싸움의 한가운데에 낙향하여 은거하며 지은 시조다. 어린 시절 궁궐에서 보냈으니 남달리 임금을 그리는 나라 걱정일 것이다.
쓴 나물 데운 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고 초가삼간 좁은 것도 도리어 자신의 분수라 생각되지만 다만 나랏님의 그늘을 벗어나서 임금에 대한 그리움은 어쩌지 못해 시름겨워 하는 문신의 충정을 읊은 시조이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