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가 그렇게 이쁜 여인이 내 마누라가 되었을까? 내가 운수 대통한 거야. 그러니 앞으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겠지.”
계속 미친놈처럼 혼자서 주거나 받거니 하면서 양반 체통은 개한테 준 사람처럼 종종걸음으로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국화는 그의 부인이 된 후로는 자신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비록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겁박에 의해서 부부가 된 사이지만, 여느 반가의 부인들처럼 삼종지도(三從之道)로 지아비를 받들어 섬겼다.
“다녀오셨어요?”
“나를 기다린 것이오? 나는 당신이 보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왔소.”
방으로 들어간 김 초시는 이것저것 다 생략하고 다짜고짜 그녀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겼다. 아직까지 해도 안 졌는데 이러는 남편의 태도에 당황하며 그녀는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아직 저녁도 안 먹은 이른 시간에 이건 아닙니다. 제발 좀 참으세요.”
그녀는 옷깃을 여미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김 초시의 고집은 완강했다. 반가의 법도를 아는 그녀도 그의 의도대로 순순히 따라주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자 그의 본성이 드러났다. 험악한 얼굴로 부인인 국화에게 욕설이 섞인 거친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니, 이년이 가만히 못 있어?”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나리, 체통을 지키세요.”
“체통? 지금 내가 체통이나 챙기려고 네년에게 달려온 줄 알아? 지아비가 안아주겠다고 하면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왜 앙탈을 하고 지랄이야?”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부인의 뺨까지 때리며 다시 달려들어서 옷을 남김없이 벗겨버렸다. 남편의 완력 앞에 무너지며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잠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자신을 안고 탐하는 그의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고 쌍욕에 폭력까지 쓰는 김 초시가 두렵고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무토막이 되어 버렸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한껏 채운 김 초시는 겁에 질려있는 국화에게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뭐해. 배고프니 빨리 밥 차려와.”
혹시나 하면서 행복한 생각에 젖었던 국화는 넉 달 만에 착각에서 깨어났다. 그날 이후로 그녀 앞에 펼쳐진 시간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마음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몸도 따라서 망가졌다.
불과 며칠 만에 그녀는 족히 십 년은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녀는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정신도 흐려졌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김 초시의 폭언과 변태적인 요구에 시달린 국화는 그가 곤히 잠든 꼭두새벽에 미리 준비해둔 광목을 들고 마루로 나갔다. 의자를 놓고 대들보에 광목을 단단히 묶은 후에 목에 걸었다. 이제 의자만 조금 움직이면 그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