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개원 대신 연구실로 향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움직임이 울산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11월 한국의사과학자협회 출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산발 연구와 교육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9일 대학 등에 따르면, 울산대학교와 UNIST는 지난 2022년 의과학자를 양성하고자 학술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의과학자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와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의공학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치료제 개발 등 기초의학 분야와 의료기기 혁신 등 의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두 대학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울산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섰다.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하나로 혁신의료기술 과제 5개를 선정하고, 오는 2027년까지 연간 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혁신센터인 COMPaaS를 통해 진행되는 사업은 울산대 의대를 포함한 교수들과 UNIST 의사과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9월에는 울산대 의과학대학원이 개원하며 의사과학자 양성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동구 아산의학관 3~4층에 위치한 의과학대학원은 의료혁신센터와 연계한 첨단 의료기술 교육, 공동연구 환경을 통해 학문과 임상현장을 연결하는 실천적 교육 모델을 지향한다.
이런 가운데 11월에는 한국의사과학자협회가 설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협회는 전국 의대와 연구기관의 의사과학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래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하고, 의과학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전국적 협력체계가 가동되면 지역 간 의사과학자 연구 교류와 인력 순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울산대와 UNIST가 주도하는 의과학자 교육 프로그램이 전국 네트워크와 연계된다면 지역 바이오·의료산업을 주도할 인재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의사과학자들이 졸업 후 연구를 지속할 제도적 장치와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단순히 연구 인력 양산에 그쳐선 안 된다”며 “지역 의료 현장의 수요와 실제 연구가 맞닿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