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퇴근길에 남구 태화로터리를 지나던 A씨는 대각선 뒤쪽에서 갑자기 끼어든 시내버스에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S자 곡선을 그리며 외곽 차선을 넘나든 버스는 다른 차로를 침범했고, 이를 피하려던 A씨는 급정거하면서 뒤차와 접촉 사고를 낼 뻔했다. 그러나 사고를 유발한 버스는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라졌다.
울산 시민의 발이자 하루 35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시내버스에 대한 무정차, 난폭운전 등 불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9.4%에 달하던 시내버스 이용률은 지난해 10%로 떨어졌다. 반면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5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시가 지원하는 혈세가 급증하고 이용자가 줄어든 만큼 이용자 개개인이 누리는 편익이 증가해야 하지만, 시민들은 시내버스의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은 2181건으로 지난 2023년(1283건) 대비 70%가량 증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달까지 1586건이 접수되는 등 산술적으로 연말까지 2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민원 유형별로는 무정차 신고가 342건으로 가장 많았다. 배차 지연이나 결행 등 운행 관련 불만이 307건, 기사 불친절이 278건, 난폭운전 218건, 기타가 441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운전기사의 급출발이나 차선 급변경, 일명 ‘칼치기 운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운수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수시로 친절 서비스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관련 민원 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민원이 접수될 경우 사실 관계를 확인해 징계 등을 하고 있지만 버스 승무원들의 ‘운전 습관’으로 비롯된 문제여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역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접수된 민원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시 매달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을 건수별로 차감하고 있다. 이후 버스 회사별로 내부 징계 규정에 따라 버스 승무원에게 운행정지 및 인센티브 삭감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시는 민원 급증의 원인으로 지하철 없는 광역시의 ‘도시 구조적 문제’와 배차 간격 등의 민원 해소를 위해 배차 일정을 빡빡하게 조정하다 보니 생긴 ‘민원 해소의 반대급부’ 등 현실적인 문제를 꼽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정차나 난폭운전 등 주요 민원 유형은 단순한 기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선 배차, 운행 시간 압박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며 “트램이 개통되고 나면 여유 버스들을 다른 노선에 투입해 더 나은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