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 수주액이 급증했다. 2021년 5553억원에서 2023년 8345억원, 지난해 1조5139억원으로 3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 현재 2조20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일찌감치 돌파했다. 전국적으로 건설경기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이런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울산지역 건설 생태계의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치의 이면에는 울산시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 시는 지역 하도급률 목표를 설정하고, 대형 건설사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20일 문수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대형 건설사와의 만남의 날’ 행사에서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 19개 건설사가 참여해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지역 하도급 참여 확대와 지역 자재·장비·인력 우선 활용, 협력사 등록 확대 등이 담겼다.
울산시의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정책 효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울산 지역업체 하도급률은 2021년 27% 수준에서 올해 3분기 35.58%로 높아졌다. 특히 공공부문 하도급률은 63.9%에 이른다. 지역 주요 공공 인프라 사업에 많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올해만 1만1581명의 직접고용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S-OIL, 현대자동차의 투자사업과 GPS 발전소 건립, 농소~강동 도로 개설 공사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지역업체가 참여하며 성과를 견인했다. 단순한 하청을 넘어 주요 공정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조적 과제는 남는다. 민간부문 하도급률은 여전히 3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일부 대형 민간 건설사가 외지 업체 중심으로 공사를 운영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기적 수치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 건설업체의 기술력과 경영역량을 높이는 구조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기술인력 육성, 공공·민간 연계형 교육훈련, 지역업체 간 컨소시엄 모델 확산 같은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자생력이 생긴다.
울산의 건설산업은 양적 성장의 궤도에 들어섰다. 하지만 ‘숫자의 성과’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효과는 일시적 반짝임에 그칠 수 있다. 하도급률의 상승이 곧 지역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려면, 시와 대형 건설사, 지역업체가 각각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울산시가 이어준 협력 모델이 제도와 현장에서 함께 작동할 때, 지역 건설산업은 단순한 경기 대응을 넘어 울산경제의 구조 전환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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