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온라인학교가 수능 도구로 전락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고등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는 많아졌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모두 개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학교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소속 학교의 개설 과목 이외 과목을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시간제 수업을 원격으로 제공하는 공립 각종학교다. 수업은 방송·정보통신 매체 등을 활용한다.
울산에서는 올해 3월 호계초등학교 후관동 4~5층에 공식 개교했다. 지난 1학기에는 41개 강좌가 개설돼 16개 학교에서 학생 700여명이 참여했다. 내년부터는 환경 융합 탐구 등 특화 과목을 추가 개설해 학생의 선택 폭을 넓힐 계획이다.
문제는 개교 1주년을 앞둔 온라인학교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수업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라 학생 맞춤형 학습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온라인학교 592개 과목 중 199개 과목(33.6%)이 수능 출제 과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41.2%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으며, 전남(72.2%), 경남(65.7%), 전북(62.8%), 충남(48.8%)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다만 비수도권의 교사 인력난과 제2외국어·역사 등 희소 과목 운영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제2외국어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에 일본어와 중국어 등이 편성돼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본어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중국어 과목은 교사도 없고 개설도 어려운 지역 학교가 대부분이다. 이에 울산온라인학교에서는 수능 출제 과목에 포함되는 중국어를 비롯해 스페인어Ⅰ 등 다양한 제2외국어 수업을 개설했다.
사회탐구 영역도 비슷하다. 역사 과목의 학생 수요가 적은 데다 전공 교사도 부족해 울산온라인학교에서 수능 출제 과목인 동아시아사나 세계사 등을 대신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부족 교과를 보완하려는 과정에서 데이터상으로는 수능 과목 개설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교육계는 분석한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능 과목 편중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각 학교에 부족한 교과를 온라인학교에서 보완한 결과”라며 “지역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