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규모가 커지는 복합재난이 늘 따라붙었다. 울산고용노동지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중대재해 사망자는 이미 21명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해체 과정에서 붕괴해 작업자 7명이 숨졌다. 단일 사고로 이 정도의 희생이 발생한 사례는 드물며, 울산의 산업안전 관리체계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제 울산은 ‘사고 발생 후 대응’이라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산업현장은 고위험 공정이 밀집돼 있고, 노후 설비와 복잡한 협업 구조, 고령·하청 노동자 중심의 위험노출 문제까지 겹쳐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태풍 위험이 산업단지와 맞물리며 재난의 복합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울산시가 24일 ‘AI 기반 안전도시 울산 실현을 위한 공동협력 선언식’을 개최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출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선언에 참여하는 지자체·기업·대학·연구기관은 데이터 공유와 기술 협력, 산업단지·생활안전 통합관리, 시민 참여 기반의 안전문화 확산, 지·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상시 운영, 국제행사를 대비한 글로벌 수준 안전역량 확보를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정보가 분절돼 있는 기존 안전관리 체계를 통합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울산의 산업안전은 공정 자동화·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인력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사고 현장에서 수집되는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분석되지 못해 조기 경보와 위험 예측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울산이 추진 중인 ‘AI 기반 스마트 안전도시 전략’은 도시 전역의 안전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으로 묶고 산업·생활 분야를 아우르는 관리 체계를 갖추는 과정이며, 이번 선언은 이러한 구조 전환을 제도화하는 계기다.
그러나 AI 기반 안전도시 선언은 어디까지나 출발선이다. AI 기반 안전체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 전문인력 확보, 기업 참여 확대,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는 안전 위에 세워져야 한다. 울산이 AI 기반 안전도시 전략을 흔들림 없이 실행한다면, 반복된 산업재해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에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